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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 May 18. 2024

커피와 우울증

끊기 힘든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

아침의 고요함을 깨우는 커피 한 잔. 많은 이들이 그 향긋한 향과 쓴맛 속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커피는 일상의 피로를 덜어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커피가 그렇듯, 우울증도 우리 삶에 깊이 스며들어 끊기 힘든 존재가 되곤 한다.

"또 커피인가..."


아침마다 습관적으로 커피를 끓인다. 커피머신이 뿜어내는 증기와 함께 방 안에는 커피의 향이 가득하다. 이 향기는 나를 깨우고, 하루를 시작하게 만드는 일종의 '의식'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내 우울한 감정과 싸우기 위한 일종의 '방패막'이 되었다.

우울증은 마치 커피처럼 처음에는 그 존재를 느끼기 어렵다. 그저 조금 더 피곤한가, 조금 더 무기력한가 싶을 때쯤, 어느새 삶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커피 한 잔으로 피로를 덜어내듯, 우울한 감정을 잠시나마 잊고자 커피를 찾게 된다.

"이 커피가 나를 살린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나는 종종 독백하듯 스스로에게 묻는다. 커피는 내가 우울감을 느낄 때마다 의지하게 되는 대상이 되었다. 그 쓴맛 속에서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가 그렇듯, 우울증도 쉽게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몸에 무리가 가듯, 우울증도 점차 내 몸과 마음을 잠식해 간다. 커피를 끊으려 하면 두통과 피로가 찾아오듯, 우울증에서 벗어나려 하면 더욱 깊은 고통이 밀려온다.

"오늘은 커피 없이 하루를 버텨볼까?"


어느 날 스스로에게 결심해 본다. 그러나 그 결심은 하루를 넘기기 어렵다. 피로와 무기력이 밀려올 때면, 다시 커피에 손이 가는 것이다. 우울증 역시 마찬가지다. 한 번 그 늪에 빠지면, 벗어나기 위한 결심은 쉽게 무너진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커피를 끊으려고 애쓰지 말고, 조금씩 줄여보는 건 어때? 우울증도 한꺼번에 나으려 하지 말고, 조금씩 이겨내 보는 거야."


 친구의 말은 내게 큰 위안이 되었다. 커피와 우울증, 둘 다 한 번에 끊어내려 하지 말고, 조금씩 줄여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조금씩 변화를 시도했다. 커피의 양을 줄이고, 대신 물이나 차를 마시는 시간을 늘렸다. 우울한 감정이 밀려올 때면, 작은 일이라도 성취해 보며 나 자신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했다.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그 순간을 즐기며 천천히 음미했다.

"천천히, 천천히..."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커피와 우울증, 둘 다 내가 이겨내야 할 대상이지만, 그것을 너무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커피 없이도, 우울한 감정 없이도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우울증은 커피와 같이 우리 삶에 깊이 스며들어 있지만, 그것을 조금씩 이겨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다. 커피의 향을 천천히 음미하며, 그 쓴맛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듯, 우울한 감정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이 중요하다.

이제 나는 아침마다 커피를 끓이면서도, 그 향기 속에서 하루를 시작할 힘을 찾는다. 우울증이라는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며,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이 작은 발걸음들이 모여, 언젠가 큰 성취로 이어질 것을 믿으며, 오늘도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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