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서윤희의 기록
SF소설 《무의식、통제사회》
새벽 2시, 하진은 여전히 사무실에 남아있었다. 홀로스크린의 푸른빛이 어둠 속에서 깜박였다.
[프로젝트 루시드] 파일의 암호를 해독하는 진행 상태가 98%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의 관자놀이 센서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정부 지급 뇌파 모니터링 장치. 하진은 무의식적으로 센서를 만지작거렸다. 24시간 자신의 뇌파가 감시받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불편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해독이 완료되었다. 화면에 서윤희의 모습이 떠올랐다. 4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불안과 긴박감이 깃들어 있었다.
"실험 일지 2078년 11월 4일. 강화도 고인돌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공명석'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술이었다. 이 장치는 인간의 델타파와 세타파 영역에서 특정 주파수로 공명하며, 무의식의 기저를 증폭시킨다. 놀라운 것은 공명 주파수가 자연스럽게 인간의 뇌파와 동기화된다는 점이다. 마치... 인간의 뇌를 위해 설계된 것처럼."
영상이 잠시 끊겼다가 이어졌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것이 단순한 증폭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명석은 무의식 패턴을 읽고, 변조하고... 심지어 조작할 수 있다. 무당들이 오래전부터 경고했던 것... 진해월 무녀의 예언이 맞았어. 이 땅의 고대 지혜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하진은 화면을 꺼버렸다. 야간 순찰 드론이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다음 날 아침.
"한하진 씨, 잠시 시간 될까요?"
윤태석이었다. 그의 눈빛은 차가웠고, 미소는 위험했다.
"어제 밤늦게까지 남아계셨다고 들었습니다. 호기심이 많으신가 봐요."
윤태석의 말에는 날이 서있었다. 하진의 관자놀이 센서가 미세하게 떨렸다.
"시스템 오류 분석을 하느라..."
"세상엔 알지 않아야 할 진실들이 있습니다, 한하진 씨." 윤태석이 말을 자르며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 진실들은... 때론 사람을 집어삼키죠. 서윤희 연구원처럼 말입니다."
침묵이 흘렀다.
"혹시 공명석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서윤희가 마지막으로 연구하던 것입니다. 재미있게도, 어젯밤 그녀의 파일에 접근 시도가 있었더군요."
하진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과도한 호기심은 위험합니다. 때론...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이끌 수도 있죠."
회의실을 나온 하진은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창백했다. '지금 멈춰야 할까? 그럼 평화롭고 안전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진은 거울 속 자신과 마주 보며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알아버린 걸 모른 척할 수 있을까? 이 시스템이 계속해서 사람들의 내면을 잠식하도록 둬도 될까?'
그때 휴대용 단말기가 진동했다. 발신인 불명의 메시지였다.
[당신의 무의식이 이미 깨어나고 있다. 답을 찾고 싶다면 청운동 산신각으로 오라. 이 메시지는 1분 후 자동 삭제됩니다.]
청운동... 재개발에서 제외된 오래된 동네였다. 그곳에는 아직도 전통 무속인들이 활동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퇴근 후, 하진은 결심을 내렸다. 청운동으로 향하는 셔틀을 탔다. 창밖으로 초고층 빌딩들이 스쳐 지나갔다. 첨단 도시의 풍경이 점차 낡은 한옥과 좁은 골목길로 바뀌어갔다.
산신각 앞에 도착했을 때, 한 노파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왔구나, 깨어나려 하는 영혼이여."
그녀의 목소리는 깊었다. 하진의 관자놀이 센서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나는 진해월이다. 네 무의식이 이미 첫 번째 문을 열었다. 이제 너는 선택해야 한다. 더 깊은 진실을 보겠느냐, 아니면 편안한 거짓 속에 머무르겠느냐."
하진의 센서가 이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요동쳤다.
--- 다음 화 예고 ---
진해월은 서윤희의 실종과 공명석의 기원을 알고 있었다. 그 비밀은 한반도의 고대 신화를 넘어, 까마득한 우주의 심연으로 이어진다. 한편 하진을 쫓는 그림자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