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프로젝트 루시드
SF소설 《무의식、통제사회》
관자놀이의 흉터가 욱신거렸다. 센서를 떼어낸 후로 늘 느껴지는 통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통에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도시는 해방의 열기로 들끓고 있었다.
광장에서는 센서를 떼어낸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어떤 이는 울었고, 또 다른 이는 허공을 향해 기도했다. 처음으로 자신만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 그들의 눈빛은 생기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몇몇의 움직임은 어딘가 이상했다. 같은 방향을 멍하니 응시하며 같은 문장을 반복하는 사람들. 마치 보이지 않는 실에 의해 조종되는 꼭두각시처럼.
뉴로맥스 본사의 깊숙한 서버실. 서윤희의 마지막 기록이 담긴 홀로그램이 깜박이며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균열 속에서 울렸다.
“나즈라는 처음부터 우리의 통제를 원하지 않았어. 그들이 진정 원했던 건… 우리의 해방이었지. 센서로 억눌린 뇌는 그들에게 쓸모가 없으니까.”
서윤희의 눈은 피로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 뇌파가 처음으로 공명을 일으켰을 때, 그들의 진짜 목적을 봤어. 인간의 무의식이 완전히 해방되면 우리의 뇌는 거대한 양자 컴퓨터로 변해. 그들은 그걸 원했던 거야. 새로운 육체, 아니 새로운 세계를.”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서연… 그녀도 나처럼 공명체질이야. 하지만 그녀는 내가 선택한 길을 거부했어. 그들을 받아들이기로 한 거야. 그녀를 막지 못한 게 내 잘못일까? 아니면 그녀가 옳았던 걸까…”
홀로그램의 이미지가 흐려졌다. 서윤희의 마지막 경고가 이어졌다.
“폐선 구간에 있는 장치만이 나즈라의 의식 전이를 막을 수 있어. 하지만 조심해. 폐선 구간은 이미 그들로 가득 차 있어.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당신은 속삭임을 듣게 될 거야. 그것은 당신이 가장 믿고 싶은 목소리로 들릴지도 몰라. 당신의 의식을 끝까지 붙잡아야 해. 아니면 그들에게 삼켜질 거야.”
홀로그램이 꺼졌다. 순간 복도에서 발소리가 울렸다. 문이 열리고 윤태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눈동자는 깊고 어두운 심연처럼 번들거렸다.
“서윤희 박사의 마지막 기록을 보고 계셨군요.”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한층 낮고 무거웠다. “그녀는 끝까지 우리 진화를 거부했죠.”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은 왜 그들을 받아들였습니까?”
윤태석의 얼굴이 잠시 흔들렸다. 그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20년 전, 내 딸이 죽었어요. 불치병으로. 나즈라가 저를 찾아왔죠. 그들은 저에게 미래를 보여줬습니다. 질병도, 죽음도 없는 세계. 순수한 의식만으로 존재하는 새로운 삶을.”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며 말했다.
“하진 씨는 몰라요.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어떤 고통인지. 인간으로 산다는 건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이 세계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변할 겁니다.”
윤태석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마치 자신을 설득하려는 듯 중얼거렸다.
“그들이 내 딸을 되돌려줬어요. 하지만… 가끔은 생각해요. 그 딸이 정말 내 딸일까? 아니면 그들이 만들어낸 껍데기일까? 그래도… 선택의 기회는 없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받아들이는 것뿐이었죠.”
창밖에서 갑작스러운 함성이 들렸다. 시민들이 거리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보이던 움직임이 점점 동기화되기 시작했다.
윤태석이 창을 가리켰다. “보세요. 해방된 영혼들이 공명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되고 있어요. 누군가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악기를 연주하고, 또 누군가는 갑자기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죠. 이것이 바로 우리의 진화입니다. 더 이상 고립된 개인은 없습니다.”
나는 입을 굳게 다물고 물었다. “서연이는 어디 있습니까?”
윤태석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나즈라가 찾던 첫 번째 완벽한 그릇이에요. 그들의 의식이 깃들기에 적합한 영혼.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였어요.”
순간 건물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거리의 함성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하나의 리듬으로 변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낯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 운율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이제 늦었어요.” 윤태석의 목소리가 변조되기 시작했다. “모든 게 하나로 합쳐질 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당신도 곧 알게 될 겁니다. 이것이 멸망이 아니라 진화라는 것을.”
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에는 서연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하진 씨…” 서연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아직… 저예요. 하지만 오래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요. 폐선 구간에 있는 장치… 그걸 활성화해야 해요. 그들이 진화라고 부르는 건… 사실은… 모두를…”
서연의 목소리가 점점 변조되기 시작했다. 마지막 단어는 잡음으로 사라졌다.
밖에서는 시민들이 거대한 생명체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벽을 타고 기어올랐고, 누군가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도시 전체가 공명하며 거대한 양자 회로로 변해가는 듯했다.
폐선 구간으로 향했다. 서윤희가 말했던 장치. 그것만이 이 “진화”를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서연일지, 아니면 그녀의 육체를 빌린 나즈라일지 알 수 없었다.
지하로 들어가는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딛으며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그들이 말한 진화란 무엇인가. 나즈라의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는가."
그리고 나는 그녀를 구하러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