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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태용 Dec 05. 2024

아, 달이 저렇게 떴다. 한 조각의 달이, 칼로 베어낸 듯 날카로운 모서리를 드러내며 어둠 속에서 빛난다. 12월 3일 새벽, 우리는 모두 두려움 속에서 떨고 있었다. 창밖에는 헬기 소리가 울렸고, TV에서는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텔레비전을 켜고, 끄고, 다시 켰다. 불안은 살갗을 타고 올라와 목구멍을 조여왔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조여들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그러나 오늘, 저 달을 보라. 칼날 같은 그 모서리가 점점 무뎌지며 둥글게 변해갈 것이다. 어제의 공포가 오늘은 한숨으로, 내일은 작은 기도가 되어 흩어질 것이다. 마치 저 달이 차오르듯이, 우리의 일상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어둠 속에서도 달빛은 떨어진다. 희미하지만 분명한 빛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하나씩 되찾을 수 있기를. 저 달이 완전한 원이 되는 날, 우리도 완전해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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