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사극 《시간을 품은 달》
겨울 창덕궁은 고요했다. 눈이 내려앉았다. 처마 끝에, 돌계단에, 궁궐의 모든 모서리에. 세상이 하얗게 덮였다.
정조는 서재에 홀로 앉아 있었다. 촛불이 흔들렸다. 그림자가 벽면을 타고 일렁였다. 손에 든 편지가 떨렸다. 종이가 바스락거렸다.
홍국영이 죽었다.
서른넷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편지를 내려놓았다.
손이 차가웠다.
온몸이 차가웠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얼어붙었다.
홍국영. 때로는 가장 가까운 신하였고, 때로는 가장 경계해야 할 존재였던. 권력을 탐했지만, 동시에 자신을 도운 자였던. 그가 없어졌다. 정조는 창을 바라보았다.
눈송이가 유리창에 달라붙었다가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전하."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깊고 낮은, 금속성이 감도는 음성. 하지만 이제는 그 목소리에서 미묘한 따뜻함을 느꼈다. 율이 서 있었다. 은빛 갑옷이 촛불에 반짝였다. 그의 눈동자가 정조를 바라보았다. 검은 눈동자 속에 무언가가 흔들리고 있었다."홍국영이 죽었구나."정조의 목소리가 잠겼다."그렇습니다."율은 한 걸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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