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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가 되다

행정법은 어려워!

by 엄태용


혼자 공부하는 날이 계속될수록 소속감이 절실했다. 그래서 나는 노량진 수험생의 정석 코스(?!)대로 9급 공무원 행정직 종합반 수업을 듣기로 했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그 당시에 유명하다고 하는 '이그잼 고시학원' 종합반에 등록을 했다. 수강증을 받고 나서 뭔지 모를 소속감에 가슴이 웅장해졌다.

'그래, 나도 이제 혼자 공부하는 게 아니야. 열심히 해서 나도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을 올려야겠다.'

첫 번째 수업은, 대망의 '행정법총론'이었다. 방송기술을 전공하던 공대생이 처음 알 수 없는 외계어(행정법 용어)가 난무하는 전쟁터에 참가한 것이다. 김종석 강사님이 종합반 행정법을 강의하셨다. 열정적으로 강의하시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 에너지가 나에게도 전달되는 것만 같았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뜨거워짐은 곧 차갑게 식어갔다. 강사님의 질문에 다른 고시생들은 일사불란하게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눈물만 가슴속에서 계속 흘렀다.

'마치, 무인도에 나만 홀로 고립된 것 같아.'

소속감을 느낀 행복감은 이내 또 한 번의 절망감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하지만, 난 포기하기 싫었다.
아니, 이 세상을 뒤집어놓기 전엔 죽기 싫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판사판 까짓것 나도 하는 거야. 나라고 왜 대답을 못해? 아직 처음이니까. 이론이 부족하니까. 다 외워서 나도 쟤네들처럼 보란 듯이 누구보다 더 빠르게 대답할 거야!'

그 독한 결심은 나를 더 극한까지 몰아붙이게 만들었다.


점심시간도 아까워서, 매일 노량진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포장해 와서 5분 만에 식사를 마쳤다.
시간을 아끼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사실 혼자 밥을 먹는 게 너무 힘들었다. 외로움이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그렇게 나의 9급 공무원 수험생활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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