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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태용 Apr 27. 2024

<신혼여행의 기억>

그냥 모든 것이 좋았던 그날의 습도, 온도, 바람...

‘여기가 찜질방인가.’      




태국 푸껫 국제공항 바깥으로 나온 순간 든 생각이었다. 살갗에 달라붙는 미적지근한 공기, 뜨거운 바람까지. 마치 습식 사우나에 들어온 느낌같았다. 그래도 좋았다. 모든 것이 그냥 좋았다. 그 미친 듯이 높았던 습도마저도. 신혼여행이니까.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았다. 우리 부부는 대형 밴에 짐을 싣고 호텔로 출발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점점 공항에서 멀어질수록 주변이 어두워졌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일종의 책임감도 생겼다. 이제 내가 한 사람의 보호자가 되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 기사에게 영어로 물어보았다.     


“How much farther to the hotel?” (공항까지 얼마나 더 걸리나요?)

“You'll arrive in about 15 minutes." (15분 정도 더 가면 도착합니다.)     




아내는 옆에서 ‘장화 신은 고양이’ 표정을 하고 나를 본다. 어깨가 올라갔다. 호텔에 도착하고 로비에 앉아있으니 환영 음료가 나왔다. 태국 전통차. 붉은색의 향기가 달콤했던 차(TEA)였다. 곧이어 호텔 직원이 와서 체크인을 안내해 줬다. 우리 객실의 문을 열었다.      


객실 전용 수영장이 딸린 방이었다. 객실 안은 온통 하얀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신혼부부인 걸 알고 있던 호텔 측에서 미리 이벤트를 준비해 줬다. 침대 위에 진분홍 장미꽃이 하트 모양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 중심에 케이크가 있었다. 영어로 ‘행복한 결혼을 축하합니다.’라고 적혀진 카드도 있었다. 수신자명이 인상적이었다.      


To. Mr.EOM & Mrs.EOM      


외국은 결혼하면 여자가 남편 성을 따른다고 하던데. 기분이 이상했다. 이제 정말 내가 한 여자의 보호자가 되었구나. 이 문구를 보고 아내가 입을 실룩거리며 못마땅한 듯 한마디 했다.     




”이건, 너무 구시대적인 거 아니야? 왜 내가 엄 씨야!“


속으로 생각했다. 이 고양이처럼 귀여운 여자를 ‘평생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라고.


내가 이 험한 세상에서 당신의 ’방공호‘가 되어주겠다고.


+ 감성적인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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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의 마음속에 '이미' 있으니까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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