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태용 May 22. 2024

노량진 연가

에세이

'노량진의 뜨거운 여름밤은 지금도 내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 '



그곳에서 아내를 처음 만났다. 수험생활의 긴 여정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발견했다. 같은 수업을 2~3번 들었지만, 나의 마음은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다. 긴 생머리와 뚜렷한 이목구비, 그녀의 모습은 내 눈에 완벽했다.

그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내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책과 씨름하며 생활했다. 그런데 그녀와의 만남은 내 일상에 작은 기쁨을 주었다. 그녀를 보며 공부하는 시간이 조금 덜 힘들게 느껴졌고, 그녀의 웃음은 내게 큰 위안이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수업 시간에 몰래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용기를 내어 다가가기로 결심하고, 수업이 끝난 후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수업 정말 어렵지 않았나요?"
"맞아요, 특히 행정법 부분이 너무 어려웠어요." 그녀는 웃으며 답했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수업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알아갔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시간은 고되고 외로웠지만, 그녀와의 작은 대화는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시험공부를 하며 힘들 때마다 그녀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마침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기쁨도 컸지만, 이제는 그녀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처음으로 고백한 날, 그녀는 놀라며 잠시 망설였다.
"나랑 사귀면 안 될까?"
"좀 더 생각해 볼게요." 그녀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두 번째, 세 번째 고백에도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계속해서 내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마침내, 열 번째 고백을 하던 날, 그녀는 나의 마음을 받아주었다. 그날 밤, 노량진 학원가에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는 우산을 나눠 쓰며 함께 걸었고,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그날의 기억은 마치 한 여름밤의 꿈처럼 느껴진다. 비가 쏟아지던 그 밤, 우리는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새로운 시작을 약속했다. 지금은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지만, 그날의 설렘과 감동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선명하다.

우리의 만남은 노량진의 뜨거운 여름과 함께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서로의 곁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다. 수험생활의 고단함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었고, 함께 이겨냈다. 그 여름밤의 비처럼, 우리의 사랑은 때론 격렬하고 때론 잔잔하게 흐른다. 하지만 언제나 서로를 향한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아내와 함께한 이 여정은 나에게 큰 축복이다. 그녀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나는 성장했고, 그녀와 함께 나누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노량진의 여름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그날의 추억은 우리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 기억은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남아, 앞으로의 길을 비추는 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