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라도 제대로 나왔으면 또 모르겠지만, 계속 이 일을 하는 게 맞는 것일지 하는 의구심만 커졌다.
그렇게 하루하루 내 체력을 갈아 넣어 회사 일을 해나갔다.
어느 날 부모님이 진지한 표정으로 조용히 나를 부르셨다.
“태용아, 네가 전공을 살려서 취업한 건 정말 좋았어. 하지만, 월급도 밀리고, 무엇보다 아빠는 네 건강이 걱정된단다. 그렇게 야근을 매일 하면 체력적으로 무리가 갈 수도 있고. 혹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떻겠니? 수험 비용 정도는 아빠가 지원해 줄 수 있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꿈과 현실의 온도차가 너무나도 극명하게 달랐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한 터라 거절할 수 없었다.
만약 처음부터 부모님이 다짜고짜 ‘넌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라고 했다면 난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열정페이는 너무 가혹했고, 내 체력은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바닥처럼 고갈되었다.
대표님이 면접 때 하셨던 질문이 그제야 이해되었다.
'예술은 돈인 것'을.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만화 <플란다스의 개> 주인공 ‘네로’가 좋아하던 그림 그리는 게 왜그렇게 힘들었는지 몸소 깨달았던 나의 27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