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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태용 May 01. 2024

노동절에 못 쉬는 사람들

우리도 쉼이 필요한 같은 사람이다.

노동절 아침,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다.


도시는 평소보다 한산했다. 대부분의 사무실은 문을 닫고, 사람들은 긴 주말을 즐기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도시의 한쪽 구석에서는 여전히 바쁜 손길이 멈추지 않았다.


“이번 노동절에는 정말 쉬고 싶었어요.


민지가 커피숍 카운터에서 컵을 씻으며 한숨을 쉬었다. 옆에서 일하던 동료, 현수가 말을 받았다. 


“그러게 말이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쉬는 날이 정말 쉬는 날이 아니지. 누군가는 여기서 커피를 마시며 쉬는 동안, 우리는 더 바빠지니까.”


바깥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봄날의 따스함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민지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현수에게 물었다.


“현수 씨는 노동절에 뭐가 제일 하고 싶어요?”


현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사실, 그냥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어. TV 보면서, 아니면 그냥 낮잠이라도 자고 싶어. 그런데 우린 항상 여기 있어야 하니까 그런 사치는...”


그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들어선 사람은 민지와 현수와 같은 유니폼을 입은 청소부였다.


“노동절인데도 일하러 나오셨네요?”


민지가 물었다. 청소부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 저희 같은 사람들에겐 노동절도 그저 평범한 근무일일 뿐이지요. 여러분도 힘내세요.”


그녀의 말에 민지와 현수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에서는 서로의 상황에 대한 공감과 위로가 느껴졌다.


노동절, 일하는 사람들과 쉬는 사람들의 대조는 깊은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쉼을 즐기는 동안, 누군가는 그 쉼을 가능하게 해 주기 위해 더 많이 일해야 했다.


이것이 현대 사회의 모순이자, 그들이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었다. 민지는 작은 노트를 꺼내어 글을 적기 시작했다.


그녀의 글은 노동의 가치와 그것이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 작은 카페에서 일하는 것이, 어쩌면 큰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그녀는 펜을 놀렸다.


“우리가 여기 서서 일하는 동안, 우리 삶의 일부분은 누군가의 휴식을 지탱해주고 있어요. 우리의 노동이 그들의 편안함을 만들어준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죠.”


현수는 민지가 쓴 글을 곁눈질하며 덧붙였다.


“맞아, 우리도 사람인데, 우리의 쉼도 중요해. 사회가 어떻게 하면 모두에게 공평하게 휴식을 제공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해.”


그들의 대화는 점차 깊어졌고,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노동절의 본질적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민지는 이 모든 대화를 자신의 노트에 기록했다. 그녀의 글은 단순한 일기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명확한 문제 제기로 발전했다.


해가 저물어가고 카페는 서서히 한산해졌다. 마지막 손님을 배웅한 뒤, 민지와 현수는 카페 문을 닫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노동절이 그들에게 남긴 것은 피곤함보다는, 자신들의 삶과 사회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이었다.


“내년 노동절에는 우리도 좀 쉬었으면 좋겠다,”


현수가 말했다. 민지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해요.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쉴 수 있는 그날까지.”




노동절의 밤이 깊어갔다. 도시는 조용해졌지만, 민지와 현수의 마음속에는 변화를 꿈꾸는 작은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일상을 넘어서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작점이 되었다.


이 작은 카페에서의 대화가 어떻게 사회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희망을 품고 봄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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