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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징 Apr 01. 2022

엄마도 아직 성장중이다

 5

  '띡띡띡띡띡'

  "엄마아~!"

  "너 왜 집에 왔어?"

아이에게 말하는 동시에 시계를 힐끗 봤다. 4시. 4시 반에 검도 수업이 시작인데 왜 집에 온 거지. 피아노 학원은 집에서 걸어서 10분, 검도 도장은 걸어서 20~25분쯤이 걸린다. 동선을 줄이기 위해 피아노 학원이 끝나고 바로 검도학원에 가라고 했는데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엄마, 전화기가 갑자기 꺼졌어."

  "충전 안 한 거 아니야?"

  "아니야, 충전 했어어."

  "떨어뜨렸어?"

  "그냥 갑자기 꺼졌다고!"

  "그런데 집에 왜 왔어?"

  "전화가 안 되니까."

집에 온다고 별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닐 텐데, 학원에 가야 할 시간에 집에 온 아들이 답답했다.


  아이는 친구와 만나서 같이 걸어가기로 했었다고 했다. 그런데 친구가 안 와서 집으로 일단 왔다는 거다.

  "친구랑 3시 50분에 만나기로 했다며? 좀 더 기다려보면 되는 거 아니야."

  "친구가 마음이 바뀌어서 먼저 갔을 수도 있잖아."

  "하아... 그럼 5분 더 기다려보고, 안 오면 혼자 가면 되잖아. 왜 다시 집에 오니? 답답하네. 친구가 왔어도 엇갈렸겠다."

  "시간도 모르겠다고 오오"

  "바로 앞에 약국이잖아. 약국 시계를 보든지, 차라리 피아노 학원에 올라가서 시간을 봐야지. 집에 왜 돌아온 거야. 늦겠다. 빨리 가!"


  태어날 때부터 핸드폰이 있는 세상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시간 약속을 쉽게 하고 쉽게 바꾼다. 문자로 [약국 앞 3시 50분?] 하고 보내면 [ok] 답변이 온다. 사정이 생기면 전화가 온다. "15분 뒤? 콜?" "콜"  남자애들이라서인지 대화도 간결하기 그지없다. 그래서인지 오늘같이 핸드폰이 없어지는 날에는 대응이 안되나 보다. 아니면 유독 우리 아들이 융통성이 없는 것이려나.


  빨리 가라며 애를 집 밖으로 떠밀고 조용한 집안에서 혼자 생각해보니,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 예민했구나 싶었다. 학원에 조금 늦을 수도 있고, 왔다 갔다 고생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배우는 것도 있을 텐데 뭘 그렇게 답답해했나 싶었다. 어느 책에서 이런 글을 봤다. 아이의 잘못은 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한다. 아이를 다그치고 혼내기보다는,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하면 좋겠어?' 생각할 기회를 주란 것이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맞아. 맞는 얘기야.' 생각했었는데, 막상 실생활 속에서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오늘 나도 답답하다고 애를 기죽일 것이 아니라, '친구랑 길이 엇갈렸을 때 어떻게 했으면 좋을 것 같아? 전화기가 없어도 학원에 그냥 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할 기회를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로 산다는 것은 매번 새로운 숙제를 받는 기분이다. 낳아놓으니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모든 것이 배울 것이었다. 좀 크니 떼쓰는 아이를 어떻게 훈육해야 할지, 더 크니 머리가 커진 아이를 어떻게 잘 이끌어야 할지, 공부는 어떻게 시켜야 할지 엄마로서 공부할 것이 많다. 그리고 매번 감정이 이성을 덮어버리기 일쑤다. 그래도 엄마도 매일 공부하고 반성하고 있으니 이해해주길. 엄마도 아직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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