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나는 발레를 배운다. 발레에 관심을 가진 것은 10여 년 전이었다. 첫째를 낳고 둘째가 생기지 않아서 내심 마음을 비우고 있던 시기였다. 운동삼아 발레를 배우고 싶었는데 동네에 있는 학원은 저녁반 수업밖에 없었다. 첫째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이 아니면 곤란했기에 마음을 접었다. 그리고 발레는 기억 저편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러다 최근 지인이 발레를 하는데 좋다더라 하는 말을 올케에게, 아는 언니에게 각각 들었다. 발레학원을 검색해보니 이사 온 집 근처에 두 군데나 있어서 나는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그다음 날 바로 상담을 하고 수업을 등록하고 돌아왔다. 그렇지만 수업은 월초부터라서 오늘을 죽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튼 오늘이 발레 첫 수업시간이었다.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은 쉬울 것 같지만 어려웠다. 머리를 위에서 누가 잡아당기듯이, 다리 근육을 위로 끌어올리며 키가 커지는 느낌으로, 배와 엉덩이에 힘을 주고, 팔꿈치는 처지지 않고 어깨는 올라가지 않게... 동작 하나에도 모든 근육을 신경 써야 했다. 그리고 용어들이 낯설어 정신이 없었다.
"앙바. 앙아방. 앙오. 알라세콩."
"탄듀. 무릎 펴고 탄듀. 제떼."
"플리에. 그랑 플리에."
물론 선생님께서 동작을 보여주시고 설명해주시니 어설프게나마 따라 할 순 있었다. 오랜만에 무언가를 배우니 힘든 와중에도 즐거웠다. 코로나 이후 근 이년은 가족을 위한 시간들이 많았는데, 나를 위해 무언가 한다는 것만으로도 의욕이 더 생겼다.
사실 아이들 학원비엔 적지 않은 돈을 쓰면서도, 엄마로서 나를 위한 수업비는 잘 안 쓰게 된다. 그렇지만 엄마의 몸과 마음의 건강도 중요한 거니까. 엄마도 배우는데 돈 좀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