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첫째애가 거슬렸다. 비행기를 접다 말고 못마땅한지 책과 비행기를 바닥에 던졌다. 책을 던지는 건 어떤 이유로도 안된다고 했더니 짜증을 내며 주워 들었다. 수학 문제집을 풀다 말고 어렵다고 짜증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 놀다가 동생에게 떨어져 앉으라며 동생을 거칠게 밀쳤다. 문제집을 채점하다가 120을 126처럼 썼기에 고쳐쓰라했더니 120이라고 쓴 거라며 대들었다. 이게 시험이라면 넌 틀린 거라며 다시 쓰라니 숫자 위에 연필로 마구 항칠을 했다. 어떻게 쓰든 무슨 상관이냐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아이를 때렸다.
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꺽꺽대며 울었다. 나는 우는 아이를 상대로 종일 지켜본 아이의 행동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부었다. 나는 오늘 열 번을 참았다고. 같이 소리 지르지 않고 좋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네가 기분이 좋지 않다고 엄마에게 짜증내고 화풀이해도 되는 건 아니라고. 너는 화내지 않았다고 하지만, 물건을 던지고 답안에 거칠게 항칠을 하고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 화내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라고 해야 하냐고. 내가 같이 소리 지르고 화내야지만 그만할 거냐고. 아이는 마냥 울기만 했다.
잠자리에 누운 아이에게 다가가 아까 맞은 곳을 보여달라고 했다. 빨갰다. 나의 마음은 더 빨갰다. 나는 좁은 아이 침대에 같이 누웠다.
"맞은 데 아파?"
"응."
"미안해. 엄마 옆에 좀 있다 갈까?"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손을 잡았다.
"엄마가 화가 나도 가능한 때리면 안 되는 건데 미안해. 엄마가 너무 화가 났어. 그래도 감정을 다스려야 했는데 엄마가 아직 부족하다. 엄마가 미안해."
아이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를 꼭 껴안고서 말을 이었다.
"너는 아주 잘하고 있고, 네가 정말로 노력하고 있다는 거 엄마 알아. 엄마가 욕심이 있어서 그래. 지금도 잘하지만 이것도 잘하면 하고 욕심이 생겨. 네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쉽게 짜증내고 울고 하는 게 엄마는 싫은 거지, 엄마는 감정이 너의 주인이 아니라 네가 감정의 주인이길 바라. 엄마가 너 자체를 뭐라 하는 건 아닌 거 알지? 너는 잘하고 있어. 있지... 엄마는 엄마가 화를 잘 안내는 사람인 줄 알았어. 엄마는 친구와 싸우지도 않고 화도 잘 안내는 어린이였거든. 커서도 그랬고... 그런데 아니더라고. 네게 그렇게 소리 지르고 때려선 안됐는데. 화를 덜 내고 사랑의 말을 하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할게. 엄마도 너도 동생도 아빠도... 모두 서로에게 더 다정하고 더 사랑의 말을 하는 사람이 되자. 엄마가 널 아프게 해서 엄마도 아프다. 미안해."
언제부턴지 아이는 울고 있었다.
"왜 울어? 엄마가 또 혼내는 거 같아?"
아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엄마가 잔소리하는 거 같아? 말하지 말까?"
아이는 또 고개를 가로저었다.
"엄마 사랑이 막 느껴져서?"
아이의 울음이 어느새 그쳐있었다.
"엄마가 정말 사랑해. 하늘만큼 땅만큼. 알지? 오늘 기타 배우는 날이라 집에 와서 공부하고 하느라 쉴 시간이 적었지? 그래서 네가 오늘 짜증이 많았던 거 같아.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 일기는 주중에 한 번만 쓰고 싶은 날 쓰고, 수학 문제집은 네가 생각을 해봐. 언제 어떻게 할지 네가 생각해서 정하고 이야기해줘."
"응."
내 나이 12살에는 42살은 아주 어른이었다. 그런데 42살이 되어보니 나는 아직도 덜 어른이다. 아이를 잘 이끌어주고 싶은데, 혼을 내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낼 때가 많다. 아이는 내가 이렇게 덜 어른인 것을 알까. 왜 내 맘을 몰라주냐고 12살을 원망해선 안됐다. 내 맘을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너를 마땅히 사랑하는 엄마니까. 네가 힘들었구나 토닥이고, 그래도 옳지 않은 행동은 옳지 않다 따끔하게 혼냈어야 했다. 그래도 오늘은 미안하다 사랑한다 말했으니 다행이다. 내일은 하루만큼은 더 어른이 되길. 내일은 화내지 않고 혼내는 엄마가 되길. 조금 더 먼 시선으로 여유롭게 가르치는 엄마가 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