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검도를 배우고, 딸은 리듬체조를 배우고, 나는 발레를 배운다.
아들은 7살부터 3년간 태권도를 했고, 지금은 2년째 검도를 배우고 있다. 아들은 유독 마음이 여린 아이라, 몸과 마음을 단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 밖에서는 목소리 듣기 어려운 애라, 검도처럼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있는 핑계도 만들어주고 싶었다. 다행히 아이는 운동을 좋아하고 즐긴다. 주 3회 검도 도장에 가는데, 매번 한 시간씩 일찍 가서 친구들과 논다. 새로운 동작을 배운 날이면, 집에 와서 무슨 동작을 배웠는지 신나서 시범을 보인다.
딸도 태권도 도장에 보낼 생각이었다. 아들이 다니던 도장은 이사 오기 전 동네에 있어서 이젠 보낼 수 없지만, 태권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준 곳이었다. 내 아이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잘 이끌어주시던 관장님, 엄하지만 친절했던 사범님들...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주셨다. 그런데 딸은 태권도는 배우지 않겠다는 거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리듬체조를 배우고 싶다기에 바로 그날 체험수업을 받게 해 줬다. 딸은 2년째 즐겁게 리본체조 학원을 다니고 있다.
나는 오늘이 두 번째 발레수업이었다. 동작 자체가 많이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정확하게 따라 하기는 힘들었다. 용어는 여전히 생소하고, 근육을 쓰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쉽지 않다. 팔에 신경 쓰면 다리가 풀리고. 다리에 신경 쓰면 어깨가 올라간다. 그래도 잘하고 싶은 마음은 한가득이라, 집에 돌아와서 탄듀를 몇 번씩 연습했다.
저녁에 첫째가 둘째에게 말했다.
"너 열심히 해야 할 걸? 엄마가 너 보다 잘하게 될 거야."
"리듬체조랑 발레는 다른 거거든?"
"아무튼. 엄마는 항상 최선을 다한다고. 엄마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너 알지? 엄마가 더 잘하게 될 걸?"
"아니거든?"
"그래. 우리 딸이 얼마나 잘하는데. 선생님이 열심히 한다고 저번에 칭찬도 했어. 그리고 엄마는 엄마대로 동생은 동생대로 각자 잘하는 거지,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는 게 어딨어."
"왜 동생 편만 들어!"
"이게 무슨 편드는 거야. 그리고 너는 너대로 잘하는 거고. 모두 잘하니 최고네."
뒤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기분이 좋다. 우리 아들은 엄마를 그렇게 생각해줬구나. 아들의 칭찬에 괜스레 으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