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자라지만 괜찮아.
언어치료를 시작하려고 보니, 가장 먼저 국가 바우처 제도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인 우리에게 소득 기준이라는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결국 바우처 지원 없이, 회당 7~8만 원(50분 기준)에 달하는 비용을 온전히 감당하며 동네 사설 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치료를 거듭할수록 내 마음속에는 확신보다 회의감이 커져만 갔다.
첫 번째로 찾은 동네 언어치료 센터.
아이를 들여보내고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초등학생 무리가 우르르 들어왔다.
알고 보니 공부방을 겸해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분명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평은 좋았는데,
아이 언어치료하는 옆방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이곳에서 전문적인 치료가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게다가 센터 측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권하며, 마치 이걸 하지 않으면 아이 치료에 큰일이 날 것처럼 은근한 압박을 주곤 했다. 결국 그 상술에 지쳐 그만두고 나왔다.
그다음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곳이었다.
거리는 좀 멀어도 평이 워낙 좋아 선택한 곳이었다.
그렇다면야 버스 타고 가는거야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우리집 둘찌가 나와 애착이 워낙 강해 잘 떨어지지 않으려 했었다...
어쩔 수 없이 아이가 아빠와 정말 떨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치료실 문을 열어둔 채 바로 앞에 앉아 수업을 지켜보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잠깐 와주셔야겠다고 하셔서..어쩔 수 없이 문 앞에 앉아서 아빠가 앞에 있는 모습을 보여줌)
본의 아니게 참관하게 된 선생님의 치료 과정을 보게 되었는데,
선생님은 내가 집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게 상호작용하고 계셨다.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내가 늘 하던 방식이잖아." 그런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나도 나름대로, 육아책을 써본 적이 있다.
"아빠의 긍정육아가 아이의 행복을 만든다." 미다스북스, 세준세환아빠(2023)
그러던 중, 예전에 대기를 걸어둔 어린이 전문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오전 시간에 주 2회 치료가 가능하다는 소식이었다.
마침 나도 오전에 시간을 낼 수 있었고, 아이가 언어 검사를 받았던 병원이니 사설 센터보다 훨씬 체계적일 거라 믿었다. 왕복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운전해 매주 두 번씩 병원을 오가는 강행군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몇 달을 다녀도 아이에게 드라마틱한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를 지치게 한 건 피드백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종종 "아이가 책을 좋아해서 오늘은 책을 읽어주었어요"라고 하셨다.
그 순간, 묘한 허탈감이 밀려왔다. 책 읽어주는 건 집에서도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 일 아닌가.
바우처 지원도 없이 매달 수십만 원을 쓰고, 왕복 운전까지 감수하며 온 결과가 '책 읽어주기'라니.
과연 내가 쏟는 이 시간과 비용이 아이에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근본적인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