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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엄마의 투병

그렇게 엄마는 하늘의 별이 되셨다.

by 연금술사

갑자기 배가 아프시다는 연락을 받고 엄마가 계시는 곳으로 달려갔던 때가 2019년 여름이다.

당시 응급실 의사는 CT를 찍어보더니, 단순한 변비라고 했다. 그렇게 변비약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셨는데도 복통은 여전히 지속됐었고, 그 이후 응급실만 2번을 더 갔다.


3번째 응급실 방문에서 대장 내시경을 진행했고, 그렇게 대장암이 발견됐다.


그때 당시만 해도 우리는 엄마가 잘 이겨내실 것이라 생각했다.

대장암은 다른 암과 달리 수술이 비교적 쉬운 암이었고, 다행히도 다른 곳 전이는 없는 3기 진단을 받았다.

삶에 대해 애착이 강했던 엄마는 그 독하다는 항암치료도 잘 이겨내셨다.

항암치료를 하고 난 뒤에도 운동을 하러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집앞 산책로로 나가시곤 하셨다.


마침내 항암치료가 모두 끝났을 때 의사는 그런 엄마의 등을 토닥이면서 마지막 검사에서 암이 보이지 않는다고, 이제 6개월마다 보자고 했었다.

나는 그때 엄마와 같이 결과를 들으러 같이 갔었는데, 엄마와 나는 의사를 보고 나오면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뛸 듯이 기뻐하며 환호했었다.


그렇게 1년 6개월이 지났다.


엄마의 몸이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배가 부쩍 나왔고, 소변에 피가 같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담당하던 의사는 몇 달을 좀더 지켜보자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패착이었다.


암이 재발한 것이다.

재발한 암은 난소며, 복막에 전이가 됐다. 결국 대장암 4기가 되어 기약없는 항암치료에 들어갔다. 항암치료를 할 때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거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닌거 아시죠? 생명을 연장시키는게 목적입니다.”


그 의사의 말은 직설적이었고, 냉정했지만, 결과론적으로 그 의사의 말이 맞았다.


엄마는 정확하게 1년 6개월을 투병하다가 결국 하늘의 부름을 받고 소천하셨다.


엄마가 한창 투병하실 때, 나는 병원에서 엄마의 곁을 종종 지켰다.

내가 엄마의 곁을 지킬 때면 어린 두 아들을 돌보는 것은 집사람의 몫이었다.


워킹맘이 퇴근하고 돌아와 아이 둘을 오롯이 혼자서 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잘 안다.


그럼에도 나는 세상과 점점 멀어져가는 엄마의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엄마의 곁을 형제들과 교대하고 집에 돌아오면 둘째는 여전히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보는 나에게 뒤돌아서 자신의 등만 보여주곤 여전히 자기 장난감을 만지며 놀았다.


마지막까지도 우리 둘째가 말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던 엄마는

우리 자식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비가 무척 내리던 여름 어느날,

이승에서의 마지막 숨을 길게 내쉬고는...

고통 없는 천국으로 떠났셨다.


그렇게 엄마를 눈물로 보내드리고 며칠 뒤,

나는 분당 서울대 병원과 서초어린이 병원 두 곳에 각각 예약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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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Gregoire Jeann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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