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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과 환 Oct 27. 2023

#3 엄마가 가장 행복했을 때.

#3 엄마가 가장 행복했을 때


엄마가 돌아가시기 이틀 전.

엄마는 병원의 응급실에서 계속 누워서 주무신다.


이제 곧 다가올 영원한 잠을 위해서 미리 예행연습을 하시는 것일까?

잠든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며, 엄마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아직 따뜻한 엄마의 손을 꽉 잡고, 몇번이고 엄마의 귓가에 사랑해라고 속삭인다.

잡고 있는 엄마의 손에 힘이 약간 돌아온다.

내 말을 듣고 계시나 보다.


아직 이승의 끈을 놓지 않고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엄마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진다.


그러나 엄마 앞에서 눈물을 보여서는 안된다.


유독 눈물이 많은 나를 보고 엄마는

늘 내게 말씀하셨다


네가 울면 내 가슴이 더 미어진다고.

강하게 살라고.

멋지게 살라고.

울지 말고 씩씩해지라고.


애써 눈물을 참고, 누나와 교대를 한다.


오늘 밤은 누나가 엄마 곁을 지킬 예정이다.


집에 가서 어린 두 아들을 봐야 하건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병원 근처를 한참을 맴돈다

그때 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무섭다. 이제 가장 두려운 것은 누나의 전화다.

혹여 지금 빨리 들어오라는 전화일까봐 한참을 심호흡을 하며 간신히 받는다.


"어..누나.. 왜? 무슨 일이야?"


다행이다. 내가 생각했던 그 일로 전화한 것이 아니다.


엄마가 몰핀을 맞는 와중에 정신을 약간 차리시고 누나와 대화를 나누었단다.


그때 누나가 엄마에게 언제가 가장 행복했었냐고 여쭤본 모양이다.


우리 형제들...

자식 셋을 데리고, 예전 서울로 갓 올라와서 지하단칸방에서 가난하게 살 때.

엄마는 자식 셋 배부르게 밥 먹이고, 목욕 시켜서 예쁘게 옷 입혀놓으면, 그때가 가장 마음이 든든하고 기뻤다고 하신다. 우리들이 배부르게 밥 먹고, 다같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게 그렇게 행복하셨단다.


아...어머니.


병원 근처의 길바닥에 쪼그려앉아 눈물을 한참이나 쏟아낸다.


예전 어릴 때가 생각난다.

그렇게도 가난했던 어린 시절.

단독주택 지하 단칸방에서 화장실도 없어서 지하에 세든 사람들끼리 화장실 하나를 공유하며 썼던 그 어려웠던 시절.

예전에는 그 어려웠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도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 힘들고 가난했던 시절이 싫었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때가 너무도 그립다.


나도, 누나도, 동생도 모두 어렸었고, 저마다 꿈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건강하게 우리 옆을 지켜주고 계셨다.


가난했을지언정 마음은 편안하고, 행복했다.

그때는 엄마와 아빠도 젋으셨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 시절을, 

엄마는 떠올리며 잠에 드셨던 것일까?


집에 돌아와 벌써 잠든 두 아들녀석의 볼에 뽀뽀를 하며...

언제가 내가 부모님을 만나러 하늘로 갈때.


지금 이순간을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벌써 몇달이 지났다.


하늘에 계신 엄마와 아빠가

같이 손잡고 여기저기 행복하게 놀러다니시기를 기도하며.

엄마가 가장 행복했다던 그때를 다시금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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