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하세요.
며칠 전, 진도 자연휴양림에 아이들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런저런 관광지를 둘러보고
숙소로 가는 길에,
저 멀리 진도의 유명한 한 리조트가 보입니다.
어? 저기 한번 들렸다 갈까?
제가 가볍게 던진 말에,
아내가 갑자기 이런저런 검색을 해보더니,
저기 들리자고 합니다.
유명한 빵집이 리조트 안에 있다나요?
빵순이인 아내는 리조트 안에 위치한 빵집에 구경가고,
저는 의자에 앉아 아이들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저 아래,
그 유명한 인피니티 풀이 보이더군요.
주말이라 그런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그때 재빨리 자리를 옮겨야했건만,
저는 아무생각 없이 앉아 있었고
마침내 큰아들과 둘째아들이
인피니티 풀을 발견해버리고야 말았습니다.
물놀이라면
너무너무 좋아하는 두 아들들이
그냥 지나칠리가 없습니다.
한번만 가자고 졸라대는데,
안된다고 했더니
평소에 거의 떼를 부리지 않던 큰아들은
눈물까지 흘리며 애원을 합니다
네, 사실 저도 가고싶습니다.
단 하나.. 가격이 문제죠.
너무 비쌉니다..ㅠㅠ
(어른 3만원, 아이 25000원. 4인 가족의 경우 총 11만원)
고민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다 문득 예전 생각이 나네요.
저는 어릴 때,
아버지와 어딜 놀러가본 기억이 거의 없었어요.
정말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었고,
뭔가를 할 때 "돈"이 얼마나 드느냐가 매우매우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이것을 하고 싶은지', '이것에 흥미가 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어요.
저라고 하고 싶은 것이 없었겠습니까.
아빠에게 이것저것 하자고 조르면,
어린 시절 언제나 듣던 말이..
"나중에 다 경험하게 된다."였어요.
초등학생 무렵, 아마 무슨 기념일이었던거 같은데...
아빠와 같이 롯데월드를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입장권만 끊어서 여기저기 안에 둘러보고 나왔던 기억이 나요.
놀이기구는 열심히 구경만 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나중에 아빠가 돌아가시고,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려보니, 정말 거의 없더라구요.
그 흔한 제주도 한번 같이 간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나중에"를 외쳤지만,
막상 나중이 되어보니...
그때 안하고 못했던 것을 나중이라고 할 리 없었겠죠.
아이들이 이렇게 간절히 원하는데,
"나중에 하자" 라고 말하기가 좀 그렇더라구요.
그렇다고 여기서 인피니티풀에 가자니,
그건 또 너무 과소비같기도 합니다.
고민 끝에 아이들과 타협을 했습니다.
리조트 인피니티 풀은 일단 리조트 숙박객들을 대상을 하다보니,
일반으로 이용하기에는 가격이 좀 많이 비싸긴 해.
수영복을 준비하지 않아서 수영복도 사야 하고.
만약 물놀이가 목적이라면,
이 근처 물놀이가 가능한 온천이나 목욕탕 등을 알아보고 그곳으로 가는 것은 어때?
아이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수영하는게 목적이 아니라,
물 속에 들어가는 노는 것이 목적이다 보니,
다행히 바로 좋다고 하네요.
그리고 아이들과 근처 목욕탕에 가서 신나게 놀다가 나왔습니다.
나중에 하자고 했다면,
아이들과 목욕탕에 가서 신나게 놀았던 추억은 아마 없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과소비하고 욜로하고 살라는 뜻은 아닙니다.^^)
PS. 다음 달 14일이 아버지 기일입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사랑으로 저희들을 키워주셔서
덕분이 이렇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네요.
사진: Unsplash의Alex Bert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