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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경험, 실패의 경험.

큰아이가 바둑대회를 나갔습니다.

by 연금술사

며칠전, 큰아들 세준이가 지역 바둑대회에 나갔다 왔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나가는 초등부 대회는 아니고,

(여기는 바둑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 나갑니다.)


바둑 방과후를 듣는 학생들끼리만 붙는

방과후 바둑 대회에 나갔습니다.


사실, 이 바둑대회는 두번째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때도 바둑 방과후를 들었었는데, 그때도 대회에 나갔었으니 2번째죠.


그런데 1학년때는 1차전에서 2패를 하고,

장렬히(?) 조기 탈락했습니다.


2번 연속으로 지고,

엉엉 울면서 뛰어나오던게 어제 같군요 ㅎㅎ


제가 그런 세준이를 안고 달래주면서


괜찮아, 이렇게 실패해본 경험을 해본 것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거야.

나중에 더 열심히 해서 이기면 되지,

이거 졌다고 인생이 달라지진 않아~

진게 중요한게 아니고,

졌더라도 다시 일어서는게 중요한거야.


라고 말해줬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한참을 울고 서러워하는 세준이에게

항우와 유방 이야기까지 들려주며,

간신히 달래줬더랍니다.

(큰아이가 승부욕이 유독 강한 편입니다.)


2학년이 되고 대회에 또 나가겠다고 해서,

이번에는 밤마다 저와 한두판씩은 꼭 두곤했습니다.

실력이 제법 늘고 있더군요.


그럼에도 막상 바둑대회날이 오니,

떨리는 모양입니다.


자꾸 자기가 지는 것에 대해 PTSD가 왔다면서 걱정하길래,

(어디서 이 단어에 대해 읽은 모양입니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즐기다 오라고,

그동안 최선 다했으면 그걸로 된거라고.

말해줬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 역시 마음속으로

큰아들이 최소한 1승이라도 하기를 간절히 원했답니다.


제발, 딱 1승이라도...


왜냐하면,

세준이가 승리의 경험도 맛봤으면 했거든요.


참 신기한게,

계속 지는 것을 경험하다 보면,

어느새 그게 학습이 됩니다.

지는 게 아무렇지 않고,

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죠.


성공의 경험을 맛보면,

그 경험이 너무 좋아서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 한번은 꼭 이겼으면 했거든요.


한참을 기다리는데 세준이가 웃으면서 화장실 가겠다고 나옵니다

네, 이겼답니다.

그래서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네요.


승리의 경험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너무 좋답니다.


바둑 한번 더 제대로 배워볼 생각 있냐고 물어보니,

너무너무 더욱 더 배워보고 싶다고 합니다.


승리의 경험이 주는 그 즐거움을 맛본 모양입니다.


패배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승리의 경험도 중요함을 새삼 느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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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을 준비중인 큰아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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