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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 Feb 29. 2024

반쪽짜리 평화

'혼자의 넓이'(이문재 시집, 창비 2021)

평화로 가는 길 또한 오직 평화뿐

평화만이 평화로 갈 수 있다

평화만이 평화를 만들 수 있다

그래야 사람이 만든 평화보다

평화가 만든 사람이 더 많아진다


이 또한 오래된 일이다

-이문재, 사랑과 평화 중


 명확한 논리로 쉽게 증명되는 이야기들. 이를테면 강력한 힘을 통한 평화만이 진정한 평화라는 명제와 자주 마주한다. 매우 논리적이고 옳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렇듯, 키 크고 힘센 친구들은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논리는 반쪽짜리 평화의 논리다. 좀 더 넓게 바라본다면 누군가가 힘이 없다고 공격하는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꾸준하게 힘을 키우되, 그것이 필요 이상으로 누군가에게 위협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힘과 공감이 치우쳐서 나아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은 더욱 힘의 논리만 강화되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고 있음에 슬프다. 힘이란 총구의 끝은 결국 자신을 향한다.

  어른으로서 가장 큰 의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아마 보호이지 않을까 싶다. 전쟁은 결국 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혐오와 분노의 감정은 힘이 세다. 정치는 혐오의 힘으로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힘으로 보듬어 나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라 안팎으로 칼바람이 부는 듯하다. 어른이라는 사람들은 반쪽짜리 평화의 논리를 들고 젊은이들의 혐오를 이용해 제자리 지키기 바쁘다. 시인의 말처럼 평화만이 평화를 만들 수 있는 사회는 꿈속에서만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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