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열기 전 가장 앞서는 감정을 꼽으라면 불안이다. 불안이란 감정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불안은 살아남기 위해 인간에게 주어진 레이더 같은 것이다. 간혹 너무 성능이 좋아 경보가 잦은 사람이 있다. 기술이 발전해서 그런지, 우리들의 불안 레이더도 성능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삶을 산다는 것 자체가 위험이다. 경보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 그 경보를 보고도 뚫고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삶을 살 때 성능 좋은 레이더는 필요 없다.
"꿈이 생겼어. 나는 서점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
동아리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야기를 전해주는 할아버지. 그저 눈 맑은 아이들을 보며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그들의 삶을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머릿속이 꽃밭이다. 불안을 거름으로 꽃들이 만개한다.
책을 두는 이유는 책이 인간의 사고를 가다듬는 데 유용한 도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83p
'퇴근길 책 한 잔(김종현 대표)'이라는 서점엔 와인, 커피가 있다. 책 보다 음료가 마진이 높다고 한다.
'책만 팔아서 수익이 나올까?' 나의 고민은 이미 선배 책방지기들은 했던 것들이었다. 김종현 대표의 인터뷰는 진실하고도 깔끔했다. 거짓 따윈 없다. 나는 그 사람에게 푹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김종현 대표는 자본주의의 그림자를 삶으로 느낀 사람 같았다. 이를테면 수익이 좋았던 사업을 그만두고, 서점을 택한 것. 한 선생님께서 내게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정치로는 삶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철학이 삶을 변화시킨다."
김종현 대표는 삶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다. 무엇이 그른 것인지 알고, 거짓 없이 산다. 책에 대한 시각도 좋았다. 그는 책이 무슨 대단한 것인 양 취급받아선 안 된다고 말한다. 책의 중요성은 알지만, 독자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자연스럽게 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와인과 커피 등을 판매하는 이유도 이 맥락과 닿아있었다. 서점이라고 무조건 책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가? 결국 책은 사람의 이야기니,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 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
진짜 부러우면 지가 서점 차리겠지. 각자 나름의 기준으로 49가 아닌 51을 취하며 살아가는 것 아니겠다. 스스로 포기한 49의 아쉬움을 부럽다고 말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
-105p
100억이 있어도 거지일 수 있다. 10억씩 벌어도 노예일 수 있다.
-119p
삶의 지표는 수치화되기 어렵다. 기술되는 것도 어렵다. 나는 비비의 밤양갱이라는 노래를 몇 번이고 들었다. 밤양갱 대신 들어갈 단어를 상상하며 말이다. 밤양갱 대신 들어갈 말은 당연히 사랑일 것이다. 왜 이렇게 쉬운 단어인 사랑을 노래 속 화자는 이야기하지 않는 것일까? 사랑은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사랑이 아니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언어로 표현되기 어려운 것들은 늘 비유와 상징을 끌고 다닌다.
직설적으로 난 너의 가식적인 모습과 진심 없는 배려는 싫다며 '진실한 사랑'을 달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그렇게 말해보라. 말하는 순간 좀스러워진다. 고귀한 가치들은 말로 설명되기 어려운 것들이다. 행복도 마찬가지. 가난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김종현 대표는 자본주의의 폭력에서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100억, 10억이 그에게선 부유함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대신 '자유로운가', '타인에게 해를 최대한 덜 끼치고 살아가는가'라는 기준으로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독립 서점을 공부하면서, 장사가 아니라 삶을 공부하고 있다. 한 서점 한 서점, 한 사람 한 사람 만날 때마다 마음이 든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