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기차고
꽃으로 엮은 방패 (곽재구, 창비 2021)
기차는 좀더 느리게 달려야 한다
곽재구
기차는 좀 느리게 달려야 해
사람은 좀 느리게 살아야 해
사람이 기차고
기차다 사람이야
미친 듯 허겁지겁 사는 거 부끄러워
관계
우리는 사람이 되려다 사람으로 멀어진다. 적당하게 느린 거리가 우리의 관계를 보존한다.
나는 빠르게 무언가를 바라는 습관이 있다. 기다리지 못하고, 눈앞에 당장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학생들을 대할 때도 그렇다. 한 마디로 아이가 변화하길 바란다. 진심을 담아 말하면 변할 거라고 믿으면서, 진심으로 기다릴 줄은 잘 모른다.
"상담이 끝났을 때는 나가면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자."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한 거다. 그 짧은 시간을 두고 변화를 희구하는 것은 폭력이 된다. 관계에서의 '빠르게'는 폭력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이 세상은 너무 불완전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인내와 사랑을 배우고 다져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