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와 콘도, 이마와 이마

by 이여름

삶이 끝난 뒤에 어떻게 될 것인지 점치지 마라.

지금의 삶에서 우리가 이성과 마음으로 알고 있는,

우리를 세상에 보낸 이의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레프 톨스토이, 『인생독본』(문학동네, 2020, 60p)


퍼펙트 데이라는 영화 속에는 히라야마라는 화장실 청소부가 나온다. 옆집 할머니의 비질 소리에 일어나, 작은 단풍나무가 든 화분에 물을 주고, 출근하여 화장실 청소를 한 뒤, 집으로 돌아오고, 자기 전에 책 한 권을 읽는 단조로운 삶이다. 반복이다.

히라야마는 청소일에 온 마음을 다한다. 그를 보면 대단하다는 마음보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앞서게 된다. 하루는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만나 부모를 찾아주는데, 히라야마와 아이가 잡았던 손을 물티슈로 닦는다. 천한 직종이 어디 있겠냐고, 윤리는 혐오 앞에서 쉽게 지워진다.

히라야마의 삶은 화장실과 대조적이다. 깔끔하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는 삶을 반복하며 깨끗하게 살아간다. 청소를 통해 보는 사람들의 삶이 오히려 더럽다. 함께 일하는 어린 동료, 타카시의 삶을 보면 여성 하나를 어떻게든 꼬셔보려는 수작이 번잡스럽고 추해 보인다. 돈이 없어서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고리타분한 자본 논리를 그대로 실천하면서 산다.

히라야마를 보면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 떠오른다. 단순한 반복, 의미 없어 보이는 반복들을 떳떳하게 감내하면서 살아내는 삶이다. 히라야마는 그저 청소에 충실하다. 미래가 어떻든, 그것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조카가 갑작스레 집으로 방문하자, 조카와 함께 자전거를 타며 조카에게 말한다.

-콘도와 콘도, 이마와 이마. 콘도와 콘도, 이마와 이마!

다음은 다음, 지금은 지금이라는 말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그저 충실하게 살아가는 삶은 반복을 용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히라야마가 반복하는 삶 속에서, 단풍나무는 자라고 있다. 반복은 오해를 안고 산다. 반복이 무의미라는 오해. 그러나 반복은 퇴적되어 생명을 자연스레 키운다. 삶에서 보이지 않는 생동감이 된다. 나는 무엇을 반복하고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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