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습관이 있다

by 이여름

나쁜 습관이 있다.

중요한 것을 팔아서 덜 중요한 것을 사 버린다.

-2015년 여름, 파밭에서

최문자


지난달. 한 친구와 함께 양주를 마시러 바에 갔다. 양주 한 병에 46만 원.

-나 돈 없다. 나가자.

가격 보고 당황하여 꺼낸 나의 말에 더 당황스러운 대꾸가 날아왔다.

-내가 낼게.

우악스러운 고집을 말릴 수 없었다. 친구는 덧붙여 말했다. 이 정도 집에, 이 정도 가격이면 그리 비싼 건 아니다. 합리적이라는 말을 했다.

합리란 사는 여건에 따라 바뀌는 것 같다. 내 여건에서는 매우 불합리한 가격이었다. 월급의 1할 5푼을 그렇게 아깝게 쓰고 싶지 않았다.

그날 나는 100만 원짜리 대화를 나누었다. 100만 원짜리 술. 10만 원짜리 술, 만원 짜리 술. 술값이 대화의 품질도 바꾸어 주려나. 나는 그날 아주 값비싼 대화를 나누었다. 값비싼 대화란 남는 게 없는가 보다. 가식과 취기와 공허.

비싸게 주고, 값싼 것을 사려는 우리네 삶. 그저 얻어먹기는 그래도 민망해, 20만 원을 친구에게 건넸다.

-내가 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는 없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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