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되어 만나자

by 이여름

여섯 번째 시집이다.

거친 언어 중에 당신 정곡에 닿을 말

하나 있음 좋겠다.

-2015년 초겨울, 정한용


독서 모임이 있었다. 한 문우가 말했다.

-대학교 때 정말 좋아했던 교수님이 있었어요. 매력적인 뇌를 가진 분이셨어요.

매력적인 뇌라. 뇌가 옷을 입을 수 있다면, 나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유행처럼 뇌도 언어의 옷을 갈아입지 않을까. 몇 해 전에는 롱패딩이 유행하더니, 요새는 숏패딩. 내 학창 시절엔 스키니가, 지금은 와이드 진이.

서점을 들락날락하다 보면 서점 사장님이 진열해 놓은 책들에서 사장님의 뇌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슬몃 보인다.

독서 모임의 문우는 학교를 졸업하고선 교수님의 자리를 책으로 메워 넣었다고 했다. 서점을 차린 지금에는 고전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어딘가 모르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고.

올해에는 3학년 학생들과 작가를 조사하고 엽서 만들기 활동을 해보려고 한다. 졸업을 앞둔 3학년,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까 고민하다가 이 활동을 생각했다. 우리의 언어가 반복되는 지점. 우리는 이미 전에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언어가 되어 다시 만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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