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 그 자체로도 좋지만 걸어야지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좋아 걷는다.서로 뒤엉켜 자라난 초록의 풀들 사이에서 올망졸망 피어난 이름 모를 꽃들.지천에 널려있는 흔해 빠진 그 들꽃들이 좋다. 같은 꽃이어도 생김이 조금씩 다르고 뻗친 줄기 줄기마다 자태가 사뭇 다르다. 바짝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겨우 확인할 만큼 아주 작은 얼굴도 있다. 꽃이라기보다 풋풋한 풀내가 날 것 같은 그 얼굴이 참 귀엽다.
향기가 없어 시끄럽지도 않은데, 화려한 색이 눈을 홀리는 것도 아닌데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간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이리보고 저리 보느라 정이 든 건지 볼 때마다 두 눈에 사랑이 번진다. 내 손안에 움켜쥐지 않아도 나가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그 얼굴을 보려고 걷는다.어쩌면 그것들이 나를 기다리느라 목을 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