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난 나의 미니홈피를 들어가 봤다.
앳된 우리의 얼굴이 보였다.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한창 예쁠 때 이기도 하지만 한창 답답한 시기이기도 했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즈음 우리는 각자 고민이 많았다. 열심히는 살고 있는데 제대로 살고 있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에 그렇다고 확신을 주는 사람도, 이대로 계속 가도 될까 하는 물음에 속시원히 대답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누군가는 이직만이 답인지, 아님 거지 같은 회사라도 어떻게든 끝까지 붙어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답답해했고, 누군가는 남자친구의 말대로 그를 믿고 지금 결혼을 하는 게 맞는지, 또 누군가는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이제 와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도 될까 하는 갖가지 다른 고민들로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다른 이유로 아팠다.
지금에 와서 보면 나이도 어리고 앞날이 창창하기만 한데, 그때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했다. 그때의 솔직한 심정은 뭐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이룰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고민하고 힘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좀 치사하다 싶기도 했다.
우리들 중 누군가는 용하다는 무속인을 찾아가기도 했고 순탄하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지만 점쟁이 말만 믿고 일을 저지르는 게 과연 현명할까라는 새로운 고뇌가 시작될 뿐이었다. 뭐 어떻게 해도 늘 제자리로 돌아왔다. 미래로 가서 잘 살고 있는 나를 직접 보고 오지 않고서는 마음이 편할리 없었다.
만나면 서로의 고민과 답답함, 걱정들을 약속이나 한 듯 쏟아내기 바빴다.
나보다는 나아 보였는데 너희도 그렇구나, 많이 답답하고 힘들었겠구나.. 너희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나만 아픈 게 아니라니 어쩐지 위로가 된다.
나의 고민을 덜어내고 친구들의 고민을 받아 들고 왔지만 내 것보다는 가벼웠다. 그렇게 간사한 마음이었지만, 그리고 누구 하나 확실한 답을 얻지 못했지만, 왠지 모르게 홀가분해졌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누군가는 성희롱이 남발하던 연봉이 높은 직장을 뛰쳐나와 쥐꼬리만 한 월급에도 만족하며 다녔고, 누군가는 남자친구의 청혼을 거절했지만 그 후로 10년이 넘는 연애를 지속하다가 결국 그 남자와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공부를 위해 회사를 관두며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끝까지 자신을 믿은 덕에 그토록 원하던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선택은 내 몫이었고 그래서 불안정하고 답답했지만 자신의 선택을 믿고 묵묵히 걸어올 뿐이었다.
그 걸음들에는 실패도 좌절도 잘못된 선택도 있었지만 멀리 지나오고 보니 그냥 작은 점이었을 뿐 여태 걸어온 먼 길에 비하면 그리 큰 흠집도 아니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또 어떤 길이 펼쳐질지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때만큼 답답하지 않은 건 나이를 먹었다는 걸까 아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기 때문일까.
너희도 그렇겠지. 누구보다 바쁘게, 그리고 정성껏 너의 삶을 살아가고 있겠지.
꾹꾹 발자국을 찍어가며 부지런히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뒤돌아 추억할 날이 또 올 거라고,
비록 이제는 서로 방향이 달라 네가 가는 그 길에 함께 걸어가 주지는 못하지만 언제나 온 마음으로 너의 앞날을 응원해 주는 사람이 여기 있다는 걸 기억해 주기를.
너의 인생도 나의 인생도 잘 지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