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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한복이 Apr 06. 2023

그리고 봄



꽃을 품고 있으면

마치 내가 꽃인 것만 같아서

오늘도 제일 고운 너를 데려다 품으련다

네가 화사한 얼굴로 나를 보는 동안은

내 얼굴도 같이 해사해질지도 모를 일이지


욕심에 너를 품고 있으면

마치 내가 너일 것만 같아서

네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곁에 두어야만

너의 향기를 알게 되는 것도 아니었는데

너를 그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옹졸한 마음은 끝내

바스락 말라버린 애처로운 너를 보게 한다


이제는 말이 없는 너의 입을 보며

너를 놓아줄 날을 감한 심정

거듭 서글퍼진다


사사로운 마음을 꽃피우지 않았더라면

바람이 부르는 길을 따라 걷지 않았더라면

너는 너대로 고울텐데

너로 인해 내일도 행복했을 텐데


한번 쥐어보기도 전에 바스락 부서져버린 너를

기약도 없이 부는 바람에 멀리 흩날려 보낸다

나는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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