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를 골랐어

by 달콤한복이


언니. 언니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기억나?


응 많이 까먹긴 했는데 계속 생각했던 거는 아직 기억나지.


뭐? 엄마 뱃속에 있을 때가 기억이 난다고?


나의 큰 반응에 애들이 내 앞으로 쪼르르 달려오면서 그랬다.


당연하지 엄마~


그래서, 엄마 뱃속은 어땠어?


음. 일단, 배가 너무 고팠어.


언니도야? 나도야. 배고파서 쓰러지는 줄 알았어 진짜. 엄마, 나 태어났을 때 정말 작았지?
어느정도랐어?(였어?) 이 정도는 됐겠지?


심쿵이가 팔을 넓히며 물었다.


응 그거보다는 작았지.


그럴 줄 알았어. 많이 못 먹어서 그렇다니까. 왜 그렇게 배가 고팠을까?


그때 우리가 너무 아기라서 편식을 했던 건 아닐까?



웃으며 가벼운 농담을 하듯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갑자기 띵 하고 머리를 스치는 생각.

입덧이 유독 심해서 임신을 확인했을 때부터 7개월 가까이까지 제대로 먹지를 못했었다. 조금이라도 음식물이 들어가기만 하면 토를 해대느라 흰자위와 볼은 핏줄이 다 터져있었고 몸은 바짝 말라갔다. 토덧에 효과 있다는 이온음료에 참크래커를 제일 많이 먹은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우연인지 몰라도 배가 너무 고팠다는 아이들의 말에 진짜 기억이 나는 게 맞나? 싶었다.


또, 또 뭐가 생각나? 더 이야기해 줘.


엄마목소리는 잘 안 들리는데 아빠목소리는 잘 들렸어. 아마도 목소리가 커서 그랬나 봐. 엄마배에서 나오면 많이 안아준다고 했는데 약속 안 지키더라? 아니, 엄마가 더 많이 안아줬다니까?


큭큭큭. 너무 재미있네.


엄마 그런데 그거 알아? 우리가 엄마를 고를 수도 있었어. 맞지 언니?


그렇게 바라본 사과의 눈빛은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건 심쿵이가 지어낸 이야기일 테지.


엄마를 고른다고? 그럼 엄마 뱃속에 들어가기 전부터 기억이 나는 거야? 대단한데?


엄마의 응원(?)에 힘입어 심쿵이는 세포시절을 기억해 내느라 머리를 썼다.


티브이처럼 엄마들 얼굴이 나와. 거기를 보고 우리가 엄마를 선택하는 건데 내가 엄마를 골랐어. 엄마가 제일 착하고 예뻤거든.


진짜? 그때 더 예쁜 사람이 있었으면 엄마는 우리 심쿵이 못 만났겠네! 엄마를 선택해 줘서 고마워.

지어낸 이야기면 어떠랴. 듣는 사람이 기분이 좋으면 된 거지. 한껏 감동받은 것 같은 엄마의 눈빛을 보고 사과도 힘을 냈다.


엄마. 내가 태어났을 때 많이 안 울었다고 했지? 엄마를 처음 봤을 때 말이야 왠지 엄마얼굴이 낯설지가 않았어. 많이 본 것 같았어. 그래서 많이 안 운 거 아닐까? 너무 편안해서? 아기가 처음 밖에 나왔으니까 무서울 수도 있었을 거잖아. 그런데 나는 안 무서웠다니까? 엄마 얼굴이 너무 익숙했어.


다 큰 아이의 말이라서 인지 딱히 뭐라고 단정 지어 설명할 수는 없는 어떠한 여운이 남았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의 눈길을 따라가던 내 두 눈이 마침내 딱하고 마주쳤을 때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쩌면 엄마, 진짜 우리 어디서 만났을지도 몰라. 기억은 안 나지만 다른 세상에서도 우리 지금처럼 같이 살았을 수도 있어!


그럴지도 모르지... 그랬으면 좋겠다. 그럼 우리 다음 세상에서도 꼭 만나자!


나의 말에 아이들이 내 품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내 귀에 들릴 듯 말 듯 속삭였다.



그때도 내가 또 엄마를 고를게.
한 번에 찾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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