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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Jul 09. 2024

두 잔의 커피가 미치는 영향

건축과 도시, 그리고 건축학도

점심을 먹고 잘게 갈려버린 원두를 툭-툭- 털어 커피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주면 뜨끈한 아메리카노가 완성된다. 점심을 먹고 한 번, 저녁을 먹고 다시 한 번.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나에게 하루에 두 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은 일과 중 무시할 수 없는 일종의 루틴이 되었다. 고등학교 삼 학년 때까지 편의점 커피만을 마시던 나에게 신세계를 선물해준 건 바로 카페라떼다.

카페라떼는 실없이 달달하기만 한 편의점 커피와는 확연히 달랐다. 좋아하는 곳에서 마시는 고소하고 따뜻한, 표면에 사랑이 담겨 있는 카페라떼는 그 고소함에서 자연스러운 달콤함을 느낄 수 있어 늘 나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줬다. 그러나 작년엔 특히 여름엔, 카페라떼가 아닌 아메리카노를 참 많이 마셨다.


달콤함이 ‘0’에 수렴하는 커피는 애초에 달콤함을 기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은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설계를 시작하고서부터였다. 건축을 전공함으로써 필히 생기는 그런 것들이 나의 아메리카노가 되었다. 셀 수 없는 날들의 밤샘과 익숙한 설계실의 풍경, 노트북의 Ctrl + S,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교수님들의 크리틱. 지금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모형까지.


하지만 완전한 아메리카노는 아니었다. 혼자 먹는 커피와 같이 먹는 커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같이 커피를 마셨다. 같이 느끼는 쓴맛은 조금의 씁쓸함으로 변했고 하나의 ‘맛’으로 남았다. 일주일에 두 번인 설계 수업엔 밤샘이 필수적이었다. 집에서 혼자 커피를 마실 때면 쓴 맛보다 고독함이 더했기에 나의 아메리카노는 그저 맹물의 맛이 되었다.

 ‘무언가’ 를 ‘누군가’ 와 같이 한다는 것은 건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친구들과 함께, 때로는 교수님과 함께 마시는 커피는 외롭지 않았으며 덜 썼다.


그렇게 일곱 번의 학기가 지나갔다. 앞으로는 어떤 맛과 향의 커피가 나에게 찾아올까. 건축을 하는 데에 있어 저마다의 커피가 있을 것이다. 어떤이는 한 번에 엄청난 쓴맛을 즐길 수 있는 ‘에스프레소’, 또 다른 이는 달달한 ‘아이스 바닐라 라떼’, 카페 라떼와 콘파냐, 심지어 커피맛 아이스크림까지.


그렇기에 커피를 어떻게 받아들이냐 또한 저마다의 몫이다. 다양하게 느껴지는 커피만의 맛은 우리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래서 나는 커피를 즐겨 마신다. 다행히 아직은 쓰디쓴 문장과 조금은 고소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가가면 반겨주는 존재들의 향연인 세상이다. 하루에 두 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나는 매일 두 잔의 아메리카노를 마신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달콤함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 인생의 달콤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지금의 쓴맛을, 결코 마다하지 않겠다. 설계를 시작한 지 겨우 4년째이지만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커피를 마셨고 경험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것들이 우리들에게 여러가지 경험으로 찾아올 것이다.


다양한 원두, 색다른 로스팅이 찾아온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 커피를 마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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