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비소리

다섯 번째 봄

by 새봄

호오이, 호오이 …


해녀들의 숨비소리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숨비소리’ 란 잠수하던 해녀가 바다위로 올라올 때 그동안 참던 숨을 내뱉는 소리이다. 오직 자신의 숨에만 의지하는 해녀들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존경스럽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 물 밖으로 나오면 들리는 휘파람 소리.


바다를 벗 삼은 삼춘*을 지나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얼굴은 제주 역사를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들에게 바다란, 그들과 뗄수 없는 동시에 낯선 존재일 것이다. 그들이 바다에 몸을 맡길 때마다,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순간들이 반복된다. 낮섦을 이기기 위한, 한이 서려 있는 듯한 숨비소리는 길면 길수록 불안해진다. 깊은 바다에서 숨비소리의 대가로 얻은 전복과 문어, 해초들은 생계 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인내와 고통의 결과물인 것이다.


불턱에 모여 잠시 숨을 고르고, 검은색 둥근 돌 위 추위를 참기 위해 피어오르는 불씨와 함께, 이야기꽃이 피어오르는 순간 또한 존재한다. 불턱은 그들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준다. 바다에 다시 들어가고, 물질을 하는 그 순간의 순간들에서도 그들은 그들이 아닌 그들의 소중한 이들을 위해 살아간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숨’을 얼마나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몰아치는 일들에, 혹은 갑작스러운 관계의 변화로, 때때로 찾아오는 볼완전하고 낯선 공간에 들어선 우리들에게 숨 쉴 공간은 없는 것만 같다. 나 또한 복잡한 마음으로 잠에 들 때면 가수 ‘안녕하신가영’의 ‘숨비소리’ 라는 노래를 듣곤 했다. 나도 모르게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어 몇 번을 반복하고 듣곤 했다.


우리도 자신이 살아가는 삶에서 적절한 숨을 돌릴 공간과 순간을 찾아야만 한다. 해녀들이 불턱에서 숨을 고르듯이, 우리 또한 삶의 바다에서 돌아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공간들은 삶을 단순한 호흡으로 치부되지 않게끔 한다는 것이다. 숨을 쉬며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한다는 것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알게 해 준다.


숨비소리는 그저 하나의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리듬이자 존재하는 증거다. 숨을 참고, 내쉬고, 다시 들이마시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결국은 자신만의 숨비소리를 찾아야 한다.


한 숨 한 숨에 삶이 담겨 있는 제주의 이들을 떠올리며, 하도리를 떠올리며 한 번의 숨비소리를 내뱉어 본다.


… 호오이, 호오이


KakaoTalk_20250605_120816026.jpg

*어른을 뜻하는 제주 방언

이전 25화환상 속의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