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서툰 것들'을 대하는 어른의 자세
세상에는.
흠 하나 잡을 곳 없이 대단하고 완벽해서
아름다운 것들도 많지만.
또 세상에는.
흠 찾기가 더 쉬울 만큼 서툴고 익지 않아서
아름다운 것들도 많아요.
갓 태어난 아기가 서툰 입술짓으로 엄마의 젖꼭지를 무는 것.
위태로운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떼는 걸음마.
혀 짧은 소리로 옹알이하듯 이야기하는 아이의 말.
절반은 입으로. 절반은 턱받이로 흘러내리는 숟가락질.
그러고 보니.
적어도 아이들만큼은.
서툴러서 예쁜 존재임이 분명합니다.
일곱 살 난 큰 아이가 붓꽃을 접었어요.
"지윤아. 여기 여기. 여기를 좀 더 뾰족하게."
"엄마. 내가. 내가. 내가. 내가 할게."
아이의 서툰 종이접기를 조금 도와주려다 그만두었습니다.
서툰 솜씨가 더 예쁜 나이이니까요.
포대기 끝으로 나온 아기 발바닥의 열 발가락이
'세상에 예쁜 것' 탄성이 나올 만큼, 아니 뭐라고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예뻤다.
아기의 생명력은 임종의 자리에도 희망을 불어넣고 있었다.
- 박완서,[세상에 예쁜 것] 中에서
아기의 작디작은 열 발가락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별로 없지요.
까치발을 설 수도. 바닥을 짚고 설 수도 없고.
잠깐 꼬물꼬물 거리는 움직임뿐이지요.
참 서툰 아기의 열 발가락.
그런데 이 서툰 것도. 너무 예쁘잖아요.
탄성이 나올 만큼 예쁘잖아요.
'서툰 것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 세상에 가득하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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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툴지 않은 것보다 서툰 것이 더 많았을 8살 아이를
어찌 그리 때릴 수 있었을까요.
어찌 그리 잔혹할 수 있었을까요.
혹독히 추웠던 지난주.
뉴스거리도 함께 혹독해서 보고 싶지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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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러서 예쁜 건데..
초등교사. 김수현.
닉네임. 달콤맘.
맘스홀릭 엄마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블로그. 달콤맘의 달콤한 육아, 달콤한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