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콤맘 Jan 26. 2016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웃는 사진 말고, 우는 사진을 찍어보는건 어떨까.



저는 아이들 사진을 참 많이 찍어주는 편입니다.

하루에도 여러 장 씩 찍는데, 아이가 둘이다보니 쌓여가는 사진의 장수가 제법 된답니다.

정말 심심하거나, 정말 우울하거나, 육아가 몹시 힘든 날에는

카메라를 꺼내어 그 동안의 사진들을 역방향으로 돌려봅니다.

사진을 앞으로 넘길수록 하루하루 더 어려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하루하루 조금씩 더욱 자랐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저절로 웃음이, 저절로 미소가, 저절로 뿌듯함이 샘솟는답니다.

아마 다들 그러실거예요.

.

.

.

.

.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아이들이 우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었어요.

환하게 웃는 사진도 물론 너무 귀하지만,

아이들이 울음 짓는 모습도 남겨보고 싶었어요.

.

.

.

.

첫째는 이제 곧 일곱살이 됩니다.

거의 우는 법이 없어요.

우는 것도 모두 한 때 였다는 걸, 요즘 저는 첫째아이를 보며 실감합니다.

(물론 눈물 대신, 짜증이 늘긴 했습니다. 후훗-)

.

.

아기들이 눈물을 똑- 흘리는 장면도

곧바로 과거가 되어버리고, 몇 년 만 지나도 쉬이 볼 수 없는 장면이 되어버리네요.

.

.

그래서 남겨보기로 했어요.

둘째의 우는 모습을.

.

.

.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1.


엄마가 숟가락을 안 줘서.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2.

엄마가 숟가락만 주고 젓가락을 안 줘서.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3.

미끄럼틀이 버겁지만. 혼.자. 올라가보고 싶어서 (도와주면 더 웁니다.)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4.

기저귀박스에 빠져서. (심지어 두 번째임)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5.

잠이 너무 와서. (단골 울음 주제임)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6.

한 시간 동안이나(?) 잠을 자서.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7.

잠을 다 자고 나왔는데 언니가 아는 척도 안하고 책만 봐서.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8.

아무래도 분이 안 풀려서.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9.

2000원짜리 다이소 수납함에........


내 몸이 안 들어가서.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10.

교회가기 싫고 집에만 있고 싶어서. (결국 못 감)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11.

매직이 안 꺼내져서.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12.

매직을 꺼냈는데..... 요기에... 요기에..... 매직이 묻어서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13.

여기에도 매직이 묻어서.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14.

여기에도 묻어서.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15.

잘 찾아보니 여기에도 묻어서.






우리 아기가 우는 이유 16.

그런데 엄마는 닦아줄 생각도 안 하고 사진만 찍어서!





                                                                                                                                                                                                                                                                                                                    

저 순간에는,

아이의 울음 섞인 육성이 너무 칼끝같이 자극적이니,

엄마는 그저 마음이 복잡해질 뿐이지요.

얘가 또 왜 우나, 얘는 왜 걸핏하면 우나. 싶고-

아휴-

엄마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는 데는 '아기의 울음'이 특효라지요.

.

.

.

.

특히, 돌이 지난 아기의 울음은

생존과 직결된 울음보다,

원활하지 못한 엄마와 아기의 의사소통에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엄마는, 정말- 피곤합니다. 피곤해요.

"나도 따라 울고 싶다." 가 절로 입에서 나오는 날도 있으니까요.

.

.

.

.

그런데,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멀리서보면 희극이라더니...

정말 그런거에요.


그 순간,

우리 집은 아이의 울음소리와 내 찌푸린 미간때문에 비극적이었지만,

우는 사진을 따로모아놓고보니,

왜 이렇게 재밌고 우스운건지, 어떤 코메디보다 즐겁더라는 것이에요.

.

.

.

지금 내 육아가 조금 비극 같더라도,

사실은 멀리서 보면 이것도 희극이라는 사실.

이 사실 하나가, 오늘의 육아를 조금 더 우리를 힘나게 할 거에요.

.

.

.

아이의 우는 사진. 여러분도 모아 보시는건 어떨까요.

물론 매번 울때마다 사진만 찍어선 곤란합니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이요. :D


 


                                                        



초등교사. 김수현.

닉네임. 달콤맘.

맘스홀릭 엄마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블로그. [달콤맘의 달콤한 육아, 달콤한 교육] 운영 중

http://blog.naver.com/ggoryggory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에 예쁜 것, 서툴러서 예쁜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