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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다 Jul 01. 2019

불안한 사람은 이기적이다






[불안한 사람은 이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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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 즈음, 바다에 빠진 적이 있다.


파도가 거친 날.

사촌 언니와 손을 잡고

물 건너 바위까지 가보자 했다.


갑작스레 큰 너울이 우리를 덮쳤고,

발을 허우적 거려도 닿는 것이 없었다.

바닷물이 입으로, 코로 사정없이 들이쳤다.


수면 아래로.. 위로.. 몇 번을 오간 듯하고...

저 멀리 정신없이 달려오는 어른들이

물결처럼 아득했고...그러고는...

끊어진 테이프처럼 기억이 없다.


이어진 기억은 무릎에 쓸리는 모래.

덜미를 잡고 끌어올리는 삼촌.

사촌 언니의 켁켁 대는 기침소리였다.


나는 온 힘을 다해 언니의 목을

팔로 휘감아 매달려 있었다.


그날 저녁, 삼촌은 물 속에서

사람을 끌어 당긴다는 물귀신 얘기를 하며

내가 물귀신이라며 농을 했다.


민망해져 웃었지만, 찝찝했다.

저 살자고 남을 붙든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는 나쁜 아이야.'


+


어른이 되어서도 그랬다.


불안에 빠져 겁을 먹으면

으레 물귀신처럼 굴었다.


남의 사정을 볼 여유는 커녕,

상대를 붙들고 허우적대기 십상이었다.


심지어는 내가 죽게 생겼는데

그럴 수 있지 않냐며 뻔뻔하게 소리도 쳤다.


불안한 사람은 이기적이다.


불안을 놓지 못해 종종대는 사람은

늘, 매일같이 이기적이다.

그런 그의 곁은 늘, 매번 지친다.


사랑하며 살려면 배워야 한다.

불안을 바라보는 태연함을,

불안에 맞설 용기를,

불안을 다스리는 지혜를.


급할 것 없다.

천천히 그리고 파랗게...

헤엄쳐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꼭 그렇게 살아 낼 것 같다.



 





[인스타: iamda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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