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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달교사 Feb 28. 2022

코로나 수료식

"애들아, 이젠 안녕"


"6살 친구들~ 이제 정리하자!"

"선생님 저희 7살인데요?"

"아 그렇지... 7살 정리하자."


나이 한 살 더 먹는 게 뭐가 그리 좋다고 아이들은 콕 집어서 내 실수를 고치고야 만다. '쳇! 너희들도 나이 들어봐라. 한 살 적게 불러 주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오늘은 6살에서 7살이 된 아이들의 수료식 날이다. 아이들은 형님이 된다는 생각에 신이 나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7살 때 무슨 반이 되고 싶은지 이야기도 나누고, 만약 다른 반이 되었을 때 서로 만날 수 있는 장소도 정한다. 앞으로 벌어진 일들에 대해 기대감이 가득한 아이들을 보니 '언제 저렇게 컸나'하는 생각에 대견하다. 반면 나와의 헤어짐을 전혀 아쉬워하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하다.


요 녀석들과는 두 번째 헤어짐이다. 첫 번째는 2020년 2월. 코로나19 휴원으로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했다. 그때 아이들은 4살에서 5살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이곳은 영아, 유아동으로 어린이집 건물이 따로 있어 5살이 되면 유아동으로 등원한다. 교사인 나는 영아동에 남게 되어 본의 아니게 인사를 전하지 못했다.


매년 졸업식과 수료식 때 아이들 혹은 부모에게 편지를 썼다. 짧지만 긴 일 년의 성장 과정을 교사로서 느낀 점과 부모님께 감사했던 내용을 담았다. 그렇지만 그때 처음으로 편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마지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 그때는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옛 파일 속에서 그때 적었던 편지를 찾았다. 지금의 아이들 모습은 온 데 간데없다. 단어로 말하던 네가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했던 그때, 기저귀 차던 네가 변기를 처음 사용한 그날, 등원할 때마다 울던 네가 씩씩하게 인사했던 그 모습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지난 글을 읽으니 마음이 뭉클해진다.


올해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각 반에서 수료식을 진행했다. 예년 같으면 간식을 나눠 먹고, 일 년의 시간이 담긴 영상을 보았을 텐데. 이마저도 취소됐다. 오로지 원장님의 축하 영상 메시지와 상장 수여식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상장을 받은 아이들은 기분이 좋은지 서로 자랑하기 바빴다. 반달눈을 하고 있는 아이들만 보아도 마스크에 숨겨진 얼굴이 그려졌다.


순간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졌다. 교실에 있는 모든 창문을 활짝 열었다. 공기 순환이 제일 잘 되는 공간을 찾아 간단하게 포토존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내렸다 올리는 짧은 순간 가장 예쁜 모습을 담기 위해 연속 촬영을 했다. 역시나 사진 속 아이들은 그 어떤 날보다 미소가 밝았다.


출처 Pixabay


오전 일과를 마무리하고 낮잠시간이다.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오전에 있었던 수료식 사진을 다시 본다. 가장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왼쪽에 넣고, 오른쪽에는 미리 적은 편지 넣는다. 2년 전 전하지 못한 내용까지 가득 담아 글자 크기는 자꾸만 작아진다. 그럼에도 내용을 줄이고 싶은 마음은 없다. 편지글에 오타가 없는지 다시 한번 읽어보는데 옆면에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겹쳐 보인다. 웃는 모습이 애틋하다. 이제 이렇게 날 보고 웃는 날도 일주일 남았구나. 해주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말도 너무 많은데... 헤어짐은 늘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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