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기를 낳고 1년 넘게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아기를 낳고 골프 치러 가는 남편의 설레는 얼굴이 얄미워졌다.
친구를 만나도 되냐고 눈치 보며 질문하는 남편이 꼴 보기 싫었다.
회사일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지긋지긋해졌다.
분명 남편도 가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래도 미웠다.
그맘때쯤 친해진 아기엄마가 물었다 "언니는 취미가 뭐야?"
'내가 취미가 뭐였더라?? 뭘 좋아하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대답하지 못했다.
나 아기 낳기 전까지는 분명 취미 부자였는데 내가 뭘 좋아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났다.
애를 낳을 때 뇌도 낳는다더니 정말 그랬나?
어렵지도 않은 질문에 왜 그렇게 마음이 박하사탕을 물고 있는 입처럼 화했는지 모르겠다.
남편이 회식으로 늦게 오던 날 아기를 겨우 재우고
고요한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혼자 만의 저녁 하고 싶은 게 없었다. 무기력했다.
남편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고 나는 멈춰있었다. 아기가 잠드니 하고 싶은 게 없었다.
나는 누구이며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면 행복하지?라는 생각을 그날부터 해보았다.
오롯이 나일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행복한 경험이 쌓여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육아란 그런 것들을 할 틈이 없다. 아기는 기다림을 모른다.
나는 행복한 엄마일 뿐 내가 쌓아온 '나'는 모래알처럼 흩어져있었다.
엄마가 아니라 '나'일 수 있는 시간을 갖으려면 남편이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했다.
그래서 나는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고 오늘도 필라테스를 한다.
그래서 나는 아기가 잠들었을 때 열심히 홈케어를 한다.
하루 5분이라도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나는 아기를 낳기 전처럼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다.
하지만 다시 조금씩 엄마인 나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나를 만들어본다.
오늘도 해가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