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by 달달혬

벌써 19개월. 등원 8개월 차.

이번주부터는 나와 등원하기로 했다.

난 워킹맘이라 7:30에 등원을 시킨다. 정규 시간 전이라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당직이다.

오늘은 또 어떤 선생님일까? 마음이 두근거린다.

아침 일찍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얼른 회사에 가서 커피 한잔하고 싶은 후덥지근한 아침이다.

부지런을 떨며 도착한 어린이집, 띵-동! 막상 모르는 선생님이 안아주니 대성통곡을 하며 울어버린다.

세상 다정하게 "잘 다녀와 우리 아가!" 인사하고는

출근길을 발목 잡힐까 뒤도 한번 돌아보지 못하고 가버리는 모진엄마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도 울음소리가 들려 멈출 때까지 한참을 서있었다. 무거운 마음만큼 무거워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삐- 위기경보다. 그래도 회사로 가야 한다.


아이가 아침부터 울거나, 아픈 날이면 마음속에 위기 경보가 켜진다.

아팠던 아이가 반짝이는 새싹처럼 빛을 되찾으면 내가 젖은 낙엽 마냥 축 쳐져있다.

어린이집은 방학도 참 길~다.

소소한 내 연차에 워킹맘 자리는 매일이 대위기다.


아침 7시도 안 된 시간.

아빠, 엄마는 눈뜨고 입맛이 없어 아침밥은커녕 물 한잔도 겨우마시는데 아기는 기특하게도 밥 한 그릇을 뚝딱한다.

밥을 남기는 날에는 '어디 아픈가? 워킹맘 또 위기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초조하게 바라보게 되는 너의 오물거리는 작고 귀여운 입.


복작복작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엄마로 다시 돌아오면 서향인 아기 방에 길고 붉은 해가 들어온다.

잠들기 전 책을 읽다 "엄마 회사 계속 다닐 수 있을까?" 물으면 너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해맑게 "녜~" 하고 대답한다.

티 없이 맑은 너는 아침마다 엄마, 아빠, 할머니도 아닌 사람에게 안겨 어쩌면 매일이 위기라고 느낄 텐데

울고 나면 항상 씩씩하게 언제 울었냐는 듯 신나 있다.

2살의 너는 매일 엄마라는 이유로 매일 위기에 빠트리는 나를 용서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엄마가 되고도 여전히 겁도 많고 속도 좁다.


내가 잘하고 있는 엄마일까 생각하며 아이 머리를 쓰다듬으면 잘하고 있다는 듯이 품에 쏙 들어와 버리는 내 작은 천사. 또 미안해진다. 육아는 뒤돌아서면 미안함의 연속이다.

어차피 내일도 우리는 어린이집에 가고 회사에 가고 미안함은 계속될 것이다. 엄마는 작은 너의 마음에 매일 상처를 내고 너는 회복할 것이다. 죄책감을 덜기 위해 상처를 바탕으로 너와 내가 더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어본다. 미안함과 사랑을 동력 삼아 '엄마는 더 열심히 엄마가 되어볼게!'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오늘도 가지런한 너의 앞머리가 귀엽다. 내일은 조금 더 짧게 잘라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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