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정한 사람을 좋아한다. 다정한 사람이란 화가 날 때도 다정하게 말하는 사람이다.
남편의 다정함은 언제나 나를 따뜻하게 만든다.
화가 나지 않았을 때는 다정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람이 화가 났을 때 남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진짜 인격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미리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나를 신경 쓰고 배려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상황과 사람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에 특정 성향으로 규정되는 것이 불편하다. 그래서 MBTI나 혈액형처럼 사람을 구분 짓는 걸 어릴 때부터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성향을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는 편이다. 어쩌면 이는 배려가 부족한 태도일 수도 있지만, 나는 상대방을 직접 보고 느낀 대로 이해하고 싶다.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이 생기는 순간을 생각해 보면, 의외성을 발견할 때가 많다. 날티 나는 외모에서 의외로 예의 바름이 느껴질 때, 모든 사람에게 예의 바르지만 나에게만 말을 가리지 않을 때, 그럴 때 감정이 생긴다.
"왜 말을 그렇게 해요?"라고 물으면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그 사람들은 자신이 화가 나서 그렇다라고 감정에 숨어버린다. 사실 그 말은 내가 너를 배려할 생각이 없었다는 무례함과 같다.
말에는 힘이 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그 뾰족함이 어떻게 돌아올지 모른다.
말에 힘이 있다면, 행동에는 얼마나 더 큰 힘이 있을까? 그래서 나는 항상 웃으며 인사해 주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의 밝은 에너지는 좋지 않았던 기분을 환기시켜 주곤 했다.
다정한 사람들은 자신의 곁을 쉽게 내어줌으로써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확인할수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중 몇 명은 무례하게 행동하여 나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 친절할수록, 잘해줄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바닥을 보여준다. 내가 함께 디딜 수 있는 바닥이 아니라면 그 사람에게서는 도망치는 편이 좋다. 이미 굳어진 사람의 인성은 바꾸기란 쉽지 않으니까.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은 존중에서 나온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곁에두면 나를 병들게할뿐이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라는 책에서는 공감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공감이란 상상력을 발휘해 다른 사람의 처지에 서보고 그 사람의 그낌과 관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으로 살아볼 순 없지만, 상대를 이해해 보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하고 공감 능력을 발휘할 순 있다. 상상력이 곧 타인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는 말은 그런 뜻이다. 책을 읽는 등의 예술 활동을 하는 것도 실은 그런 고차원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닌가."
"잘 모르니까,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 모르니까 쉽게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것, 내가 모르는 너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 그런 역지사지를 꾸준히 해나가야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지 않고 대화할 수 있다."
공감과 다정함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적극적인 이해의 과정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직접 살아볼 수는 없지만, 상상력을 통해 그들의 감정과 관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공감이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다.
내 남편의 말을 인용하자면 나는 '프렌들리 한' 사람이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보통 웃으며 넘어가며 쉽게 곁을 내어주는 나에게 누군가는 "자존심이 없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게 있어서 자존심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단순히 내 감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다정함을 실천하는 것이 나의 자존심이다.
내 남편의 다정함도 결국 나에 대한 깊은 공감에서 나온다. 그의 공감 덕분에 나는 늘 따뜻함을 느끼고, 그 따뜻함은 다시 나의 다정함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때로는 모른다고 인정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관계를 쌓아간다. 그리고 그관계 속에서 영원한 내 편이라는 안정감을 가지고 험한 세상을 더 따뜻하게 볼수있다.
짐승은 할 수 없는 공감과 배려. 그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다.
나는 여전히 다정한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사람이 되고싶다. 그리고 나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저 낯은 안 가리는데 사람은 가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