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의 두 번 있는 명절이면 온갖 미디어에서 명절날 며느리에 관한 불편한 이슈들을 끄집어낸다. 평소엔 관심도 없다가 1년의 2번 전반기 하반기에 한 번씩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명절의 고부간 이야기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짜증 나는 게 꼭 며느리들이 가만히 있다가 명절만 되면 일하기 싫어서 불만을 표시하는 것처럼 생각돼서 개인적으로 불쾌한 기사들이 많다
나에게도 추억이라고 해야 할까 상처라고 해야 할까 이제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추억보다 상처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아이 셋 중 출산 전 출산 후 몸의 변화가 가장 많았던 임신은 첫째 아이였다. 출산 전까지 14kg의 체중이 불어났고 출산 후에는 체중은 내려갔지만 부기는 빠지지 않아서 키도 큰 편인데 몸까지 부어버리니 나와 2cm 밖에 차이가 안 나고 마른 몸매의 남편은 내 옆에 서면 찌그러져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병원에서 진통하면서도 보호자 남편 말고 들어올 수 없는 진통실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시어머니를 남편은 간호사들에게 이야기해서 기어이 들어오셨다 힘들어서 아파서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나와 주변에 산모들에게
"누가 더 빨리 낳는지 내기해요~" 라며 웃음 띈 목소리로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던지고 진통이 올 때마다 아파서 무릎 꿇고 버티는 나에게 "무릎 꿇으면 안 돼 일어나"라고 잔소리를 했었다. 결국, 난 남편에게 시어머니를 내보내라고 이야기했고 내가 있던 진통실에는 다른 산모들은 이미 시어머니를 피해 반대편 진통실로 옮겨가고 그 넓은 곳에 나와 남편만 있었다. 꼭 그래야 했을까?
그렇게 출산한 나는 몸조리 후 100일쯤 시어머니 댁으로 첫째를 데리고 갈 수 있었고 그때 역시 부기 빠지지 않은 몸이었다 핑크 색깔 두꺼운 수유복을 입고 어머니 댁으로 아이와 함께 들어가서 "어머니 저희 왔어요 ~"라는 말을 한 뒤 내가 들은 첫 한마디
'넌 야휴 왜 이렇게 몸이 이렇니"
글쎄요 저도 내가 왜 이렇게 붓는 건지 그리고 왜 부기가 빠지지 않는 건지 모르겠지만 첫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갔던 날
꼭 면전에다 그런 말씀을 하셔야 할까요?
난 우물쭈물 뭐라 말도 못 하고 웃기만 하고 있었는데 그때 또다시 내 가슴에 던진 말
가 누구냐 연예인 가도 너랑 비슷하게 아를 낳았는데 갸는 날씬하게 부기도 다 빠졌더라 우리 며느리도 그렇게 안되나?
배우 이영애
이영애의 큰아이가 나의 첫째와 동갑이다. 비슷한 시기에 출산했고 한참 방송에서 그녀의 출산과 몸조리 등을 방송했었다.
나도 방송이나 연애 뉴스에서 보았지만 나랑은 다른 세계의 사람이니깐 비교하는 것 자체가 너무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 밖에 안된다
안 그래도 자존감이 바닥인데 그걸 굳이 나 스스로 끌어내릴 필요가 있을까 하면서도 내심 나의 띵띵 부운 모습을 거울로 보면서 한없이 슬퍼졌었다.
그런 나에게 웃으며 던 지 저 한마디는 13년이 되는 오늘날까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다
상처였다. 아물지 않았다. 애낳고 힘들었을 며느리를 걱정하는 말보다 신체적인 모습을 비아냥 거리는게 시어머니는 가능한건가?
조리원도 못 들어가고 그렇다고 조리원 가라고 척하니 금전적으로 지원을 해줄 리도 만무고 출산한 날 당신 아들 밥 못 먹을까 봐 고등어조림에 도시락 싸오신 양반께 그런 걸 바라지도 않았고 현금 20만 원 봉투에 넣어서 주신 게 다 였다내가 내 자식을 낳는 건데 뭘 굳이 바라겠냐 싶지만 야박하기 그지없는 할머니여서 지금까지 사실 아이들에게 생일이다 어린이날이 선물하나 제대로 사준적이 별로 없다. 서운하지만 탓은 하지 않는다 (최근 설명절에 돈을 보내주신게 가장 큰 일이었다)
그렇다면 말이라도 조심스럽게 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절대 하지 않는다. 웃으며 뼈 때리는 이야기를 잘하셔서 안 그래도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이영애처럼 안되냐는 말은 최고의 몇 마디 중에 한 가지이다.
내가 몇천만 원짜리 조리원에서 최고의 서비스와 아이와는 별개로 조리를 받고 마사지도 받고 관리를 받았다면 나도 빠른 시간 안에 부기를 빼고 어느 정도 원래대로 돌아가겠지만 평범한 남편과 함께 살면서 몇천이 아닌 몇백의 조리 비용도 내겐 큰돈이었다.
그날의 시어머니의 웃으며 던진 그 표정이 아직도 난 기억이 난다 특히 설이 가까워지거나 추석이 가까워지면 더욱이 기억하지 않고 싶은데도 스멀스멀 꺼지지 않은 모닥불에 남은 작은 불씨가 되어 활활 타오르려고 연기를 솔솔 내 뿜듯이 나온다
그날 나는 한마디도 못했다. 바보처럼 그냥 웃어버리기만 했다 당신의 손녀를 낳은 며느리에게 신체적으로 비하하며 던진 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