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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Jun 02. 2021

6살, ㅊ으로 시작하는단어 문제

미세먼지를 기억으로만 남기고 싶다

나의 세명의 딸 중에 가장 발랄하고 단어 선택이 예사롭지 않은 아이는 6살 막내

막내의 이름을 지을 때 첫째와 둘째보다 긴 시간을 고민했었다

먼저 태어난 언니들과 느낌이 비슷하고 'ㄹ'로 시작하지만 전혀 다른 이름으로 지으려고

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았다.


그렇게 정해진 막내의 이름은 "라온"

순 우리말이며 '즐거운'이란  뜻이다 간혹 같은 이름의 아이들을 만나긴 하지만

옥상에서 침 뱉어서 맞는 사람은 김 씨다 일정도로 흔하지는 않고. 오히려 매장 이름이나 카페 이름 등에 많이 사용되는 단어이다.


셋째 딸 라온이는 정말 매사가 즐거운 아이다.

그런 아이와 아침마다 차로 10분이나 걸리는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때면

기가 막힌 단어로 날씨를 표현할 때도 있고, 비가 오거나 , 바람이 불거나, 흐린 날에는 꼭 무엇인가 시상이 떠오르듯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곤 한다.

내가 "나무는 많이 심어야 돼요"라고 말이 끝나면 ,

"그래서 나무가 좋은 공기를 만들어주면 그걸 우리가 마시는 거죠~"

라며 마치 계속 생각했다는 듯 바로 치고 들어온다.

라온이에게는 아빠랑 엄마. 그리고 언니 두 명 총 4명이나 거울 역할을 하다 보니

듣는 것도 4배, 보는 것도 4배  습득하는 것도 빠르고 흡수도 굉장히 잘한다.


날이 좋은 날엔 정말 아름다운 곳 정면에 보이는 게 천연기념물


어린이집 가는 길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도 있고 그리고 그 뒤로 산이 있어 나무와 풀 새소리 등

여기가 대도시라고 생각 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런 곳을 지나갈라치면 당연히 자연에 대해. 환경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갈 수 있는 그 시간이 셋째 딸과의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이되고 있다






'엄마, ㅊ 으로 시작하는 글자가 뭐 있게요?"

하원길 뒷자리에 있는 아이가 뜬금없이 질문을 했다. 가끔 이렇게 갑자기 퀴즈를 내는데

퀴즈는 다양하다 더하기 문제를 낼 때도 있고, 자기 반 친구 이름을 문제로 낼 때도 있고

간식을 뭘 먹었는지 문제를 내는 날도 있다. 초성 퀴즈도 가끔 내기는 하는데

앞뒤 맥락 없이 갑자기 'ㅊ"으로 시작하는 단어

가르쳐 달라는 건가? 난 다시 물어보았다

"초 할 때 'ㅊ'을 물어보는 거야? 그랬더니

아이는 굉장히 자신이 지식인이 된 듯, 중요한 걸 알고 있다는 듯 대답했다



에이 엄마~ ㅊ으로 시작하는 단어는 초미세먼지잖아요



좀 당황스러웠다. 'ㅊ'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그거 말고도 초록색, 초밥(잘 먹어서 아는 단어), 촛불,차,친구,처음, 등 많은데 하필 왜? '초미세먼지'를 이야기하는 건지

"아 ~ 그거였어 ~ 엄마는 몰랐네 초미세먼지"

의기양양해진 아이는

"엄마는 그거 몰랐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왜 모르겠니.. 근데 6살 어린아이에게서  ㅊ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하필 그 단어라서 미안해서 그래'


나 어릴 땐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쯤엔 미세먼지라는 단어가 있었던가?

공해라고 부르긴 했던 것 같은데 어릴 때 살던 도시가 조선소와 자동차산업이 발달된 곳이라

요주의 도시이기도 해서 어릴 때 비 오면 꼭 우산 쓰라고 하늘에 있는 매연이 비와 함께 내려

머리카락 빠져서 민머리 된다고 친구들끼리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미세먼지 라는걸 6살 아이가 알정도의 뿌연 하늘을 본 기억은 없다.

차도 별로 없었고 볼 수 있던 차는 택시와 큰길에 나가면 버스였고, 간혹 동네를 돌아다니는 계란파는차, 두부 파는차 혹은 해산물을 파는 용달차가 전부였다. 뒷산에 가면 지금부터 훨씬 진한 아카시아 나무 꽃향기가 진동했고, 도시였지만 개구리를 볼 수 있었고, 물을 사 먹을 수는 없었지만 학교 수도꼭지에서 맘껏 마실 수 있었다.

편리해진 만큼 우린 그 대가를 치르고 있고, 그 대가를 나의 아이들에게도 유산 물려주듯  자연이 파괴된 환경을 물려주고 있다는 것이 가슴이 아프다.


6살 아이가 6년 전 태어나 6년간 살면서 그중 미세먼지와 코로나로 마스를 쓰고 다닐 수밖에 없는 시간이

 2년이 되어간다. 마스크에 익숙해지는 게 너무 안타깝고 , 속상한 엄마는  어제도 오늘도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쓰줍과, 플라스틱 프리, 용기 내, 탄소발자국 줄이기에 안간힘을 써본다.엄마는 어른으로 네가 살아갈 환경을 지켜줄 책임이 있으니깐



하지만 환경 문제는 다르다. 월세 안 내서 쫒겨나면 다른집을 구해도 되고, 빌린 돈을 안갚아서 친구 잃으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 되지만,지구에 빌린 것을 되돌려주지 않으면 어디로 쫓겨날 곳이 없어 목숨으로 갚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지구는 없다 중- 탈일러 라쉬 저




혼자 혹은 아이들과 함께 플로깅을 한다 아이둘과 나와 함께 30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줍게된 담배꽁초는 하천으로 흘러가게 되어있다.









에필로그 :D


어느날 갑자기 시작된 저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아이들의 미안함으로 바뀌었어요

제로웨이스트라는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을 알기전엔 저도 남들과 다를바 없었으니깐요

비닐사용에 제대로된 분리도 없이 버리는것들, 아무생각없이 쓰던 테이크아웃잔,

제가 그동안 쓰고 버린것들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조차 힘드네요

큰아이가 성인이되는데 10년도 채 남지 않았고. 막내까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데 20년도 채 걸리지 않아요 나의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파괴된 곳에서 생활하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늦었지만 늦은만큼 더 열심히 해서 내 아이들과 또 그아이들의 아이들이  발딛고 살아갈 이곳이

지금보다는 나아지게 하고 싶어요. 나혼자 힘으로 될 수 없는건 알지만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이 훨씬 나은거라고 하니, 저보다 먼저 환경을 지키기위해 애쓰시는 분들의 발걸음에 저의 한걸음을 보태봅니다. 편리함의 주는 댓가는 반드시 있어요

근데 그 댓가가 내가 아닌 나의 아이들이 겪게 될거라는게 가장 가슴아프네요

코로나보다 더 지독한 바이러스가 오지 않는다는 법은 없어요

그러기전에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해요 여러분의 한걸음 함께 해주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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