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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Jun 16. 2021

브런치가 날 단번에 합격시킨 이유

궁금하다 그것이




난 브런치를 알고 있었다.

카카오톡으로 오는 광고 수신 문자에 브런치가 가끔 포함되어있어서 글을 보는 곳이라는 걸 알았지만

내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될지는 과거에도 생각 못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현타가 오지 않는다.


내 꿈은 양귀자 작가님의 '원미동 사람들' 같은 책을 쓰는 수필가였었다. 작가님께 편지도 보내고 '훗날 작가가 되서 만나요' 라는 답장도 받으며 글쟁이의 꿈을 한껏 꾸던 중3소녀시절의 꿈이다

벌써 25년이나 지난 꿈이지만 그 꿈을 이룰 수도 이루려고 큰 노력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현실에 안주해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갈지만 내 머릿속에 있었지.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쥐똥만큼도 없었다.


그저 그런 삶을 살던 내가 왜? 갑자기? 무엇 때문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는지 딱 꼬집을 만한 타당성 있는 이유는 말하지 못할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의식의 흐름'

미니멀과 환경에 관심이 있어 SNS에서 많은 정보를 접하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있는 동안 내 머릿속에만 맴돌던 '글을 쓰다'가 꿈틀거리다 튀어나온 것인지 아님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평소에 가족들과 숲에 가거나, 바다에 앉아 있거나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차 안에서 문득문득 글이 떠오르고

그걸 글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었는데 그걸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이어지지는 않았고, 가끔 남편에게 '나 글 쓰고 싶어' 나는 앞뒤 문맥 없이 툭 하고 던질 때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거기에서 끝일뿐 연장선이 없었는데 한 달 전 무엇인가를 써야겠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생활하는 그 어떤 것이든 써야겠다 라고 맘먹은 순간 N사 블로그가 떠올랐지만 , 그곳은 글보다 정보가 넘쳐나는 곳이라 나의 글을 써서 누군가 읽어주기란 기대조차 하지 않아야 할 곳이었다. 그리고 브런치에 문을 두드렸다


한참을 글을 쓰고 발행을 하려니 나보고 작가 신청하란다

이건 뭐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네?

누구한테 심사받는 거지?

무슨 글을 어떻게 써야 되는 거지?

글이 몇 개가 있어야 되나?

이럴 줄 몰랐는데  

정말 갖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작가 신청을 하는데 써야 할 것도 많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글을 쓸 건지.. 난 그런 거 생각 안 해봤는데?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고 싶은데

왜 이렇게 100M 허들처럼 뛰어넘어야 될게 많은 거야?

하지 말까? 될 리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했나?

글 못쓰면 못하는 건가?


뭘 하고 싶은데 글은 한 개밖에 없었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썼고 맞춤법 수정하는 것도 사진 올리는 것도 몰라서 떡하니 글자만 있는 걸 올려야 하나 내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마흔 넘어 글 쓰려니 전자기기 다루는 것도 20대랑은 달라서 금방금방 습득이 되지 않는데

급 자신이 없어졌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쉽게 쥐어질 리가 없었던 거지  

진심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고  일단 그래 브런치가 원하는 대로 해보자

계획?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에 대해 생각하고 쓰고

나라는 사람? 경단녀에 할 줄 아는 거 하나 없지만 주부생활 12년 내공이 있으니 뭐 되겠지




그렇게 글 1개와 어설픈 나의 소개와 계획으로 작가 신청을 5월 1일에 하였고

5월 3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게 되었다



 





일단 작가가 되었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고, 글을 쓰면 되겠구나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내심 설레었다


난 브런치 작가 되는 게 그냥 통과의례라고 생각했을 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합격 메일을 받고 난 후 브런치 작가에 대해서 검색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처럼 어설픈 작가 신청으로 그것도 한 개의 글로 단 한 번만에 브런치 작가 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검색 중 7전 8기 경우도 10번 떨어진 경우도 기본  한 두 번씩은 떨어졌다는 글들이 많았다


근데 난 왜? 글 써 본 지 너무 오래돼서 감각도 무디고 앞뒤 문맥도 어설프고, 주제도 특이하지 않았고. 화려한 글 기술로 테크닉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왜 나를? 단번에 합격시킨 것이지

아직도 의문이고 끝끝내 풀리지 않을 미스터리지만 너무 궁금했다. 난다 긴다 글 잘 쓰는 사람들 내가 읽어도 이 사람 글 좀 쓸 것 같다는 사람들도 다 떨어지는 브런치 작가를 어째서 내가 단번에 합격했는지 너무 궁금하다. 내가 글을 써본 건 24살에 오빠 친구가 자소서 대신 써달라고 해서 쓴 게 마지막이고 뭐 그 덕에 합격하긴 했는데 그건 약간의 부풀어진 경력과 소신만 집어넣은 거라 크게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글 쓴 지가 너무 오래돼서 순서도 글재주도 다 잃어버린 나를 왜 합격시켰는지

내가 잘 써서는 아니겠지만. 어딘가 희망이 보여서 일까?

아니면 내 신청을 담당한 심사자가 주말에 폭음을 해서 사리분별이 좀 흐려졌을까?(토요일에 신청하고 월요일에 메일을 받았기에)


만약 그렇다면 그 심사자분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는데 아니 그 술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가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날들의 끝에서 한줄기 빛을 주신 그분도 우리 집 세대주님에 이어 나에겐 주님이나

마찬가지이다 브런치 주님  

만약에 이글이 그 심사자 분이 볼 수 있다면

당신의 클릭으로 한 사람에게 새 삶을 준거나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내가 글을 씀에 나의 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생겼는지 아신다면 깜짝 놀랄 테니깐

목말라죽어가는 들짐승에게 비를 내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합격한 이유가 어떻든 간에

내가 지금 글을 쓸 수 있고 일면식 없는 독자들이 나의 글을 한글 자라도 읽어준다는 것에

늘 항상 감사해하면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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