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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Jul 07. 2021

공유 자전거 말고 공유 추억

딸에게 세상의 전부인 엄마가 되고 싶다



택시나 자가용보다 버스를 많이  타던 시절이 있었다. 동네에서 자차를 가지고 있는 집은 부잣집이거나, 장사하는 집이거나 둘 중 하나일 뿐 출퇴근용 자차를 타고 다니는 건 우리 동네에서 쉽게 보기 힘든 희귀한 광경이었다.


우리 집은 부잣집은 아니었으나 차가 있었다. 영화 "택시운전사" 주인공 송강호가 몰고 다닌 그 네모반듯한 초록색 택시, 직업이 자주 바뀐 친아빠가 가졌던 수많은 직업 중 하나 택시 운전사. 그러나 내 기억에 아빠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본 기억은 없고, 그냥 그 옆에서 사진 찍었던 기억만 남아있다. 자식 한번 안태워준 그깟 택시 타고 싶지도 않았으려나?



영화 "택시 운전사'




난 엄마와 버스 타고 시장 가는 걸 좋아했다. 동네 꼭대기 절집 다음이 우리 집이었는데 늘 향 냄새가 우리 집 담너머까지 스며들었다. 어릴 적에도 싫어하지 않았던 걸 보니 지금 내가 모기향 냄새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버스를 타려면 한참을 굽이굽이 동네 길을 걸어가야 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걸어서 버스 타러 엄마 손잡고 가는 길은 어찌나 멀게 느껴지는지 내려가는 길목 나의 참새방앗간 슈퍼 아줌마 에게도 시장 간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기억엔 없지만 엄마 말의 의하면)

 

 그날도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시장에 가려고 엄마와  버스를 타는 날이었다. 버스 타는 것도 좋아했지만, 시장에 가면  엄마가 시장통에서 파는 국수를 사주었기 때문이다. 버스도 타고 국수도 먹고, 7살에게 이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까? 아직도 난 토스트를 먹고 싶어 새벽 4시에 엄마를 따라갔던 농수산물 시장 맛과 , 시장통  국수 맛 은 잊지를 못한다




 버스를 타면 중고등학교 때도 그랬지만 어릴 때도 맨 뒷자리가 좋았다. 80년대 버스는 지금처럼 안전바나 잡을 수 있는 기둥이 없었고 앞쪽과 뒤쪽의 높낮이가 일정했다. 운전석에는 가림막도 없었고 가끔, 안내양 이모가 있는 버스를 타기도 했다 그날도 당연하듯 맨 뒷자리로 갔고 그곳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뒤돌아 창밖으로 구경하기 자세를 취했다. 안전벨트는 튼튼한 엄마의 팔이었고, 난 안전하다고 생각했었다.


출처 한국버스연구회 블로그


평소에 볼 수 없던 자동차와 세상을 구경하는데 정신 팔리던 순간, 내가 왜 운전기사 아저씨 옆에 있었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맨 뒷자리에서 운전석까지는 잘 뚫린 고속도로였다. 순식간에 기사 아저씨의 급정거로 구경하느라 정신없던 나를 엄마가 꽉 잡지 못하고  그대로 운전석까지 데굴데굴 굴러간 것이다. 엄마는 맨 뒷자리에서 놀란 토끼 눈으로 나를 불렀고, 나는 바닥에 부딪혀 아프긴 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에 부끄러워 아무렇지 않게 벌떡 일어나서 맨 뒷자리로 뛰어갔다.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나에겐 세상에서 엄마가 가장 힘이 센 사람이었기 때문에, 엄마 안전벨트가 이렇게 약할 거라고 생각 못 했다. 지금


그 덕에 엄마와 나는 공유 추억을 만들게 되었다.
우린 공유 자전거는 없지만 그보다 더한 공유 추억이 있다


얼마 전 초등학교에서 하는  온라인 부모 교육을 참석했다.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하는 부모교육은 힘들어 뻗지 않는 이상 꼬박꼬박 참여하려고 한다.

부모 교육은 교장선생님까지 하시고 지금은 동화작가로 활동하시는 분이셨는데 모든 말씀이 다 아름답고 새겨야 하지만 특히, 나에게 가슴 깊이 울림을 만드는 말이 있었다.


     "아이는요~ 엄마를 엄청 대단하게 생각해요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요 세상의 중심이 엄마예요"


이 말이 내 가슴을 후벼 파는 이유는 나에게도 엄마가 전부였다. 우유 배달하고 온 엄마를 위해 7살 딸은 김치를 꺼내고 밥을 퍼 놓고 유치원에 혼자 갔고, 술주정 부리는 아빠를 피해 옥상에 숨어있는 엄마를 모르고 신발 한 짝도 신지 못하고 대로변을 내달리며 엄마를 찾았던 딸 그 딸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였다. 그래서 나도 나의 딸들에게 세상의 전부가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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