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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Jul 04. 2021

이제 네가 마지막이구나

미니멀 육아, 나의손을 떠나는 아이들



"엄마~~~ 양치 다 했어요~"라고 욕실에서 목청 좋은 6살 막내가 소리 지른다 막내를 씻기고 있자면 허리가 아파진다 막내의 키는 내 허리춤쯤에 오는데 욕조에 있는 아이를 씻길 때면 왜 막내의 발이 아래에 있을까 허무맹랑한 한탄을 하고는 있다. 


어이없지만 어떤 생각으로든 이유를 찾고자 했다 남편의 늦은 귀가에 아이들 돌봄은 내 몫이다 보니 세 명의 아이를 정리해 주고 있는 나를 보면 자아도취에 빠질 때가 있다. 내가 이렇게 멀티플레이어였구나 대단한 슈퍼맘인 게 분명해,라고 말이다


저녁을 챙겨주는 건 이제 일이라 생각지도 않는다 불과 2년 전까지는 5시 정각 병이 있었다 '벌써 5시야? 밥 차려야 되는데, 그냥 김에 싸줄까? 아 정말 싫다. 누가 밥 좀 차려주면 안 될까' 혼자서 구시렁거리는 시간이 바로 5시다. 8시면 아이들이 씻기 시작하는 시간, 그리고 9시면 잠자리에 들어가야 한다 이건 큰아이가 12살이 되는 지금까지 항상 지켜지는 규칙이다 


그나마 밥은 이제 알아서 먹으니 씻기면 된다. 첫째는 7살부터 혼자 씻기 시작했다. 둘째 역시 7살 되던 해부터 혼자 머리를 감고 샤워를 시작했다 그전부터 혼자 씻고 싶다고 졸랐지만, 난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아이는 욕조에서 놀고 싶어 했다. 몽글몽글한 거품을 후~ 불어가며 욕조서 자기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내가 감당하기 힘든 것들이 많았다. 아이들을 씻기고, 특히 여자아이들이라 머리카락 숱도 많아 드라이기 하는 시간도 제법 걸리고, 정리해주고 잠자리까지 해주고 나면 그때부터 온전히 나의 집안일이 시작되는데 그 끝이 몇 시 일지 장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 살림이 끝나는 시간이 새벽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쉽세 허용할 수가 없었다. 욕심이 아니다 난 단 30분 만이라도 그냥 앉아서 쉬고 싶은 것뿐이다. 


이제 막내만 남았다 올해 6살, 오히려 첫째와 둘째보다 야무지고, 내가 잠시 주방에서 정리하고 있으면 양치를 하고 욕조에 들어가 고사리손으로 머리카락을 쓱쓱 비비고  있다. '엄마 나 혼자 할 수 있어요~!' 

근데 아직은 혼자 맡기기엔 내 청결 지수가 허락하지 않기에 "혼자 씻을 수 있을 때 엄마가 이야기해줄게"

 라며 달래고 난 바로 후다닥 씻기고 나온다. 이제 조금씩 씻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막내는 마냥 즐거워한다 "얼굴은 이렇게, 귀 뒤에도 꼭 닦고, 발가락 사이사이 비누칠해야 돼…. 이제 샤워기로 비누를 닦아내 봐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샤워기로 몸에 묻은 비누를 닦아내던 아이가 나를 쳐다보면 이야기한다 

"엄마, 엄마는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으니깐 저한테 하라고 하는 거죠?" 흠칫했다

사실 계속 숙이고 있었더니 허리에 통증이 와서 잠시 쉬고 싶어 아이에게 해보라고 한 건데 꼭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온 아이처럼 말하니  웃고 있지만 뜨끔한 마음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이들이 자러 들어간 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제 마지막 아이구나 싶었다. 첫째 때는 막내까지 언제 키우나

또 해야 되네, 빨리 이 시간들이 지나가서 지들끼리 알아서 다 했으면 좋겠는데, 나도 나이가 들어가고 너희들이 알아서 할 때쯤 되면 엄마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텐데.... 늘 푸념이었다 


가족들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세상 사람들 다 앞으로 가고, 나만 혼자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기분이 들 때면 시간도 허무하고, 내 삶도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내 인생의 전부가 아이들이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들이 나에게 없어도 되는 존재들이 아니다.  그렇기에 난 매 순간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나와 늘 줄다리기하며 타협한 것 같다


넌 엄마야, 넌 아내야, 아니 난 내 이름이 있어, 나도 할 수 있는 게 있어, 아이들은 어떻게 하려고? 아이들에겐 엄마가 필요해 네가 아니면 안 되는 자리야 나도 하고 싶은 게 많았고 또 꿈도 있어, 할 수 있다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 보니 벌써 세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사이 많은 습관을 만들어 주었고, 그 덕에  나의 손이 꼭 필요한 부분은 막내딸에게 많이 집중되었다. 그런 막내딸이 조금씩 나의 손을 떠나고 있다. 식탁에서도. 욕실에서도, 옷을 입는 것도 내가 해줘야 할 것보다 아이가 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손이 덜 가니 내가 좀 편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하니 아이들이 나를 떠날 준비를 많이 하고 있구나 싶다. 나에게 더 이상의 아이는 없을 것이고, 내가 머리 감겨주는 아이는 이제 마지막이다. 늘 그렇듯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습관을 만들어주고,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겠지만 많이 서운할 것 같다. 네가 마지막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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