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바이러스는 끝날 듯 끝나지 않았고 친정도 1년 동안 가 볼 수가 없었다.
나의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것 중 하나는 외갓집에서의 물놀이였는데
갈 수가 없으니 못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올해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 16일
아이들은 이미 몇 주 전부터 외할머니 집에 언제 갈 거냐고 수시로 물어보았고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고 있는 나는 안타깝지만 언제 갈 수 있다 라고 아이들에게 확답을 주지 못했다
"엄마도 엄마의 엄마가 보고 싶은데 우리 언제 갈 수 있을지 잘 몰라 그만 좀 물어봐" 라며 면박을 주곤 했다.
그래 엄마도 나의 아빠, 엄마가 보고 싶은 건 너희들만큼 간절해
특히 아프신 아빠를 자주 볼 수 없어서 매일을 걱정하며 지내고 있는데 아이들까지 보채니 순간 욱 하고 감정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방학이 가까워질수록 코로나 확진자는 더 증가하고 좀 조용하던 내가 사는 곳도 숫자가 늘어나는데
남편은 이제 같이 갈 희망이 없다. 이미 직업군인들은 지역 간 이동금지가 내려진 지 오래되었는데
그래도 사위 얼굴 한번 보여주려 했건만. 방학이 가까워지면서 전국 이동금지가 내려졌다
이럴 땐 급박한 사건이 아니면 청원 휴가도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같이 갈 수 있냐고 더 이상 묻지도 않는다.
우리가 출발한 날 확진자 수
나 역시 조심스러운 삶을 살고 있고, 남편은 말할 것도 없다. 외식도, 카페도 시가지 밖으로 이동도 안되고
그저 집이나 아무도 없는 산이나 가야 하는 상황 다른 사람들은 여행도 다니고, 외식도 하고 다들 잘 돌아다니는 것 같은 우린 코로나 이후 여행이란 걸 해보지도 못했고 점점 더 규제가 심해져 이동의 제약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 아이들도 여행 가고 싶어 하고 외식도 하고 싶어 하고 하지만 군인 아빠의 딸들로 태어난 게 죄인 것인지 방학 때 친구들은 제주도 간다고 하고 호텔로 수영하러 간다고 하는데 우리는 왜 못 가냐고 투덜거림에 어쩔 수 없다는 나의 대답만 돌아갈 뿐이나다. 가족들의 이동을 금지한건 아니지만, 나와 아이들이 아무생각없이 돌아다닌다면 남편에게 피해를 주는 건 당연지사 그래서 우리의 삶도 아빠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여름은 아이들에게 물놀이를 꼭 해줘야 한다. 친정아빠도 볼 겸 아이들의 소원도 들어줄 겸
방학하자마자 이 엄마는 너희 셋을 데리고 300km 되는 친정으로 떠났다.
아이들만 데리고 가는 고속도로 얼마나 빠짝 긴장을 하고 달렸는지 집에와서 온몸이 두둘겨 맞은듯 통증이 왔다
기차도 비행기도 위험하고 오로지 자차! 휴게소도 최소한 머물고, 간식도 무조건 포장! 그래 가자!
아빠 없이 외갓집에 가기로 결정했지만 장장 4시간에 걸친 고속도로 운전을 감당해야 한다.
나의 허리가 부서질지언정 아이들은 소리 지르며 너무 좋아했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출발의 의지는 더 굳건해졌다. 물놀이를 위해 친정오빠에게 수영장 준비 철저히 부탁하고
나와 아이들은 끝내 소원을 이루어 냈고
여름을 여름답게 시원하게 보내고 올 수 있었다.
24시간 개방된 외할머니 마당 소박한 워터파크지만,고급스런 욕조에 혹은 수영장에서 하는 물놀이는 아니지만 아이들은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3일 동안 여름같이 여름처럼 여름답게 보내고 왔다.
얼마나 잘 놀았는지 세 딸아이는 까맣게 타고 심지어 벗겨지기까지 했다.
물놀이하다 옥수수도 먹고 , 메밀국수도 먹고, 또 물이 미지근해지면 아이스팩을 넣고 시원하게 만들며
3일 내내 저녁만 되면 쪼글쪼글해진 발로 잠자리에 들었다.
물놀이하다 쑥개떡 만들고 또 물놀이 하러 들어가고
그렇게 여름다운 3박 4일을 보내고 집에 돌아온 후로는 물놀이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대신 다른 돌림노래를 내 귀에 들려주고 있다
"엄마 우리도 제주도 가요 ~"
이건 어떻게도 엄마가 해주기 힘들구나 얘들아 코로나 끝나면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여행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