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은 세월이 만들어줬다

엄마의 손맛

by 다정한온기

56년생 나의 엄마

그리고 80년생 나

일찍 결혼해서 오빠와 나를 낳은 나이는 20살과 24살

참 일찍 결혼한 엄마는 토종 한국음식을 잘하는 흔한 우리네 엄마였다


7살 나는 일요일 아침이면 오빠와 어린이 미사를 보러 성당에 가야 했다. 엄마 나이 31살이었다

일요일 아침은 정말 재미있는 만화를 하는 날인데 왜 성당을 가야 하냐며 툴툴거리고 씩씩거렸다

지금은 일요일이 쉬는 날 이란 생각뿐이지만 어린 7살의 나는 학교 가는 날이 아니라는 것만 빼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같았고 늘 엄마의 밥솥 추 돌아가는 소리와 하얀 쌀밥에서 나는 새벽 냄새로 눈 비비며 일어났다. 화장실은 밖이었고 세수는 밥하는 곳 옆 수도꼭지

방 두 개가 붙어 있고 부엌이자 현관인 곳이 전부인 셋방살이 우리 집

그러나 난 그곳의 기억이 가장 선명한 필름처럼 남아있다.


엄마의 밥은 정말 끝내준다. 그 숱한 일요일중 그날은

엄마가 계란찜을 해주었다. 그리고 김에 싸주는 밥

다른 반찬보다 난 그 두 가지를 제일 좋아했고, 한 번 쳐다보지 않고 만화에 눈길을 빼앗겨 있을 때면

엄마는 부엌 연탄불에 구워 기름 바른 울퉁불퉁한 김에 밥을 싸서 내 그릇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빨리 밥 먹고 성당 가야지


재촉하는 엄마는 말과 달리 내가 김에 싼 밥을 하나하나 먹는 걸 보며 엄마도 그 속도에 맞춰서 또 하나씩 싸서 올려주었다 그러고 나서 오빠가 다 먹을까 봐 얼른 숟가락으로 계란찜에 숟가락을 푹 넣고 크게 떠서 입안 가득 구겨 넣는다 다 먹고 난 뒤 동네 꼭대기에 있는 우리 집에서 내리막길 끝에 있는 성당까지 가방을 들고 냅다 달려갔다.


우리 엄마의 음식은 맛있다 나만 맛있는 게 아니라 다 맛있다고 한다

결혼한 딸은 음식이라곤 해본 적 없이 키워서 결혼시키고 난 뒤에도 우리 엄마는 요즘 말하는 헬리콥터 엄마가 되어야 했다. 김치, 나물 반찬, 국, 그 계절에 나오는 갖가지 채소들로 잔뜩 잔뜩 만들어서 신나게 싣고 우리 집에 온다.

김치는 냉장고에 넣고 , 두릅은 정서방 좋아하니깐 살짝 데쳐서 초장 찍어 먹고 , 정서방은 나물 좋아해서 얼마나 좋니 비름나물도 여기 있고 오이 통지도 정서방 지난번에 보니깐 잘 먹더라 옻나무 순은 엄마가 급해서 못 삶았으니
너무 삶으면 못써 살짝 삶아야 돼....... 물 끓을 때 살짝만..


걱정만큼 온갖 잔소리를 집 방바닥에 쏟아놓고서는 엄마는 잠시도 앉아 있지 않고 간다. 내 집이 최고라며 집에 가서 쉰다고 커피 한잔 안 마시고 간다.


엄마의 반찬으로 풍성해진 그날은 나보다 남편이 호재이고 포식하는 날이었다. 음식 할 줄 모르는 나는 갖가지 반찬보다 돌림 반찬이 더 많았고 매일 도시락을 싸가는 남편은 내 반찬보다 엄마가 해준 반찬을 더 많이 싸갔다 그러다 같이 근무하는 선임들이 맛있다며 한가득 싸서 가져가는 적도 있다. 이만하면 엄마의 음식이 고급은 아니지만 맛은 있다는 거 아니었을까

13년이 되어가는 나와의 부부생활에 남편은 엄마의 음식에 길들여졌고 엄마 음식을 더 좋아한다.



맛조개와 호박, 감자. 그리고 대파를 잔뜩 넣어 끓이는 고추장찌개도

소고기와 숭덩숭덩 잘라 넣은 무와 두부를 넣고 진하게 끓인 탕국도

여름을 알리는 열무로 아삭아삭 담근 열무김치도 난 좋아한다.



그리고 나의 딸들도 할머니의 비름나물무침을 좋아하고 ,

할머니가 만들어준 구운 계란도 좋아하고, 맵지 않게 초여름 만들어주는 오이 통지 김치도 좋아한다

돼지감자로 간장 장아찌를 만들어 아이들도 먹을 수 있게 해 주고 손녀들이 좋아한다며 키우기 시작한

메추리가 낳은 알을 모아두었다가 만들어주는 메추리알 장조림도 아이들은 보자마자 싹 먹어치운다.


엄마의 손맛을 난 따라갈 수가 없다. 엄마의 세월은 나의 세월에 비할 수도 없을 만큼 크고 길다

그 시간만 큼이 엄마의 손맛이다.


엄마 나는 왜 엄마가 하는 것처럼 맛이 안나지?


엄마는 그랬다


엄마는 14살부터 혼자 밥해먹으며 공장 다니고 그랬는데
어떻게 음식을 못할 수가 있었겠냐

엄마의 인생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답이었다.


엄마의 손맛은 엄마의 시간이 만들어준 것이었다. 내가 그 시간을 어떻게 알 수 있으며. 감히 아는 척해서는 안될 것 같았어. 이제 겨우 13년밖에 안된 내가 말이다

지금도 친정에 가면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반찬, 사위가 좋아하는 반찬 그리고 세명의 손녀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는다

그리고 당신은 큰 대접에 밥을 넣고 입맛이 없으시다며 물에 말아서 밥을 드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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