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나도 언젠가,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1. “00 이는 친구 많잖아. 이건 네가 해야지.”
입사하고 얼마 안 지나,
전행적으로 어떤 상품이 새로 출시됐다.
영업 독려는 격했고,
그 압박은 고스란히 나에게 쏟아졌다.
“00 이는 친구 많을 거 아니야. 우리는 다 했어.
너밖에 더 할 사람이 없어.”
매일같이, 아침에도 점심에도 똑같은 말.
기업 고객 창구라 실적을 만들 수 없는 자리였는데도,
“왜 못 하냐”는 말 한마디가 너무 무서웠다.
지금 같으면 유하게 넘겼겠지만,
그땐 매일 숨이 막혔다.
결국 예전에 아르바이트하던 도서관 선생님,
동아리 선배, 친구들한테
하나하나 연락하며 부탁했다.
현타도 많이 왔다.
귀찮아하거나 나를 불신하는 시선들,
“개인정보 유출 아니야? 꼭 해야 해?” 하던 말들,
그 와중에 “내가 할게” 해준 사람들의 고마움까지.
그 시절, 나는 쫓기듯 일하고 있었다.
누구한테 피해 주고 싶지 않으면서도,
누군가한테 뭔가를
‘계속 부탁해야만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2. “네가 뭔데 기업가냐.”
첫 배치는 대기업 창구였다.
그 이유만으로 미운털이 박혔다.
“지점 실적 하나도 못 하면서 왜 기업이야?”
“너는 몇 번을 알려줘야 제대로 서류 가져올래?”
“마감 안 하니???”
실수하면 쥐 잡듯이 구박했고,
휴가자가 생기면 신입인 나에게 메꾸라고 했다.
어느 순간부터 출근길이 무서워졌다.
다행히 우리 팀엔 좋은 선배들이 있었다.
“00이 보내지 말고 제가 갈게요.”
“내가 서류 같이 가져다줄게.”
그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지켜줬다.
무너질 듯 말 듯한 하루하루였지만
그 따뜻한 방어선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3. 누구보다 따뜻한 선배들
내가 울었던 날이 있다.
아무도 혼내지 않았는데
실수를 세 번 연속하고 나서
스스로가 바보 같고 멍청하게 느껴졌던 날.
화장실에 갔다가 엉엉 울었다.
그걸 알아챈 선배가 따라와서 말해줬다.
“다들 그런 시기가 있어. 울지 마.”
그 말이 나를 다시 일으켰다.
몰래 간식을 책상에 놓고 가던 선배,
“이건 이렇게 하면 돼” 옆에 앉아 알려준 선배,
퇴근길 같이 일어나주는 선배.
그 사람들 덕분에 나는 그 시절을 버텼고,
지금도 그 기억으로 버티고 있다.
4. 그래서, 나는 그렇게 일하고 있다
아직 후배다운 후배는 많지 않다.
영업점에선 내가 막내인 경우가 많았고,
후배라기보단 후임자들이 더 많았다.
그래도, 나에게 이어받은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은 ‘내가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대직 요청할 때는 아주 기초적인 설명부터,
업무 매뉴얼도 초보자 눈높이에 맞춰 정리한다.
질문하기 힘든 시기를 겪어봤기 때문에
먼저 말을 건네는 걸 잊지 않는다.
혼나는 것보다 무서운 건
‘처음부터 기회를 주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거 몰라도 돼.”
“그냥 내가 할게.”
그 말들 속에서
‘나는 아직 안 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박힌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다짐한다.
나도, 언젠가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그땐 진짜 고마웠어요”
그 한마디만 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다.
다음 편: [18화] 본점에서, 오늘도 나는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