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조교사의 업무 중 하나는 간식시간 후 뒷정리이다. 그날의 간식에 따라서 설거지의 양도, 처리해야 할 분리수거 쓰레기의 양도 달라지는데, 제일 손이 많이 가는 간식은 고구마다. 각자 개인 그릇에 고구마가 담겨서 나가고, 3~5세 아이들은 떠서 먹을 수 있도록 숟가락도 함께 준다. 게다가 고구마 껍질도 따로 처리해야 하니 그 날엔 평소보다 좀 더 몸을 빨리 움직인다.
아이들의 개인 그릇은 이케아 플라스틱 그릇인데, 워낙 가볍고 얇아서 그릇을 건조대에 엎어놓으면 아무리 겹치지 않게 놓으려고 해도 어느새 겹쳐져 있다. 설거지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거다. 그릇이 겹쳐있으면 몇 날 며칠 건조대에 둬도 절대 바짝 마르지 않는다는 걸. 그릇을 닦으면서 생각했다. 이번엔 작은 스테인리스 그릇도 같이 씻어야 하니 두 종류의 그릇을 번갈아가며 놓자고. 그래서 젤 밑에 이케아 그릇을 한층 깔고 그 위에 스테인리스 그릇을 비스듬하게 걸쳤다. 그리고 또 그 위에 이케아 그릇을 올리기. 그렇게 했더니 어떤 그릇도 겹치지 않게 되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건조대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흐뭇해졌다. 왠지 그릇들도 나에게 고마워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괜히 좋았다.
괜히 좋은 일은 또 있다. 전담선생님과 보조교사인 나, 두 명이서 3~4세 어린이들을 돌본다. 크게는 각자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지만, 둘 중 누구든 해도 되는 일도 있다. 그 일을 내가 먼저 해 놓으면 마음이 으쓱해진다. 특히 전담선생님이 그런 일들 중 뭔가를 하시려고 할 때, “아 그거 해놨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럴 땐, 상대의 반응과 상관없이 나를 기특하게 여기게 된다. 아이들 손 소독을 해주고, 점심 배식을 미리 끝내고, 아이들 가방정리와 헝클어진 머리를 빗겨주는 일 같은 것들. 어쩌면 “당연히 네가 해야 할 일 아니야?”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쪽을 택하고 싶다.
아인이의 저녁 식사를 준비할 때도 간혹 그렇다. 나는 요리를 그렇게 잘하지도 못하고,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아침은 조리가 필요하지 않은 빵이나 시리얼 등이 주를 이루고, 점심은 어린이집에서 같이 먹으니 유일하게 내가 만들어야 할 끼니는 저녁뿐인데도 늘 부담스럽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나온 점심 반찬이나 국이 남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크게 내 입맛에 맞지 않는 한 챙겨 오곤 한다. 양심 상 점심에 먹은 반찬을 저녁으로 또 줄 수가 없어서 다음날 저녁으로 내놓는데, 그런 날엔 계란프라이 하나만 구워도 저녁식사가 풍성하다. 식판에 빈칸이 없는 걸 보면 마치 내가 일도, 집안일도 완벽히 해내는 슈퍼맘이 된 기분이다. 그렇게 별 거 아닌, 괜히 좋은 일 하나 추가.
어떻게 보면 하루는 수많은 작은 일들로 이루어진 것만 같다. 그 작은 일들 모두가 좋기란 어렵지만, 특별하지 않기 때문에 찾아내기는 쉽다. 그래서 나의 마음상태가 맑은 날엔 괜히 좋은 일들을 열심히 찾아서 하려고 한다. 너무나 사소하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기분들. 그런 기분들을 오래오래 곱씹으면 그날은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