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것들

도시의 쓸쓸함에 대해.

by 이다래

가끔씩 내가 예전에 살던 집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19살까지 살았던 고향 동네, 대학 기숙사, 처음으로 서울로 올라와 머물렀던 일산 고시텔, 아현동 산동네, 그리고 교회 언니, 친구들과 함께 살던 성산동 자취방까지. 그러다 문득 포털사이트 로드뷰가 떠올랐다.


제일 먼저 찾았던 집은 일산에 있었던 고시텔. 정확한 주소가 기억나지 않아서 찾는데 한참이 걸렸다. 그 당시 내가 일했던 회사 건물에서부터 시작해 퇴근길을 더듬어 가다 보니, 혼자 장을 보러 다녔던 마트도 보이고, 늘 타고 다녔던 마을버스도 보이고, 힘들 때 울면서 엄마한테 전화했던 공원도 보였다. 그런데 막상 내가 살았던 고시텔 건물 자리에는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지도를 여러 번 다시 찾아보았지만 어렴풋이 기억난 주소는 그곳이 고시텔 자리가 맞다고 말해주었다.


두 번째로 찾은 집은 아현동 산동네. 처음 집을 보러 갔을 때 길이 너무 가팔라서 놀랬던 기억이 난다. 방이 3개인 오래된 빌라였는데, 큰 방엔 집주인 할머니, 작은 방 2개엔 세입자가 한 명씩 사는 형태였다. 여름엔 집에 도착하면 땀이 비 오듯이 흐르고, 겨울엔 꽁꽁 언 내리막길 덕분에 구두는 엄두도 못 냈던 동네였지만 내가 머물던 방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적당한 크기의 방에 작은 베란다도 딸려있고, 창문을 열면 공원이 보였다. 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여름엔 벌레도 많이 꼬였지만 덕분에 시원하고 공기도 좋았다. 종종 베란다로 나가 밖을 구경하곤 했다. 가끔 잔소리가 너무나 심했던 할머니 때문에 속상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집을 떠나던 날 쓸쓸한 표정으로 인사해주시던 모습만 떠오른다. 그 일대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는 말이 있던데, 그 집도 그 안에 포함됐을까. 할머니도, 집도 아직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참 많은 것들이 변한다. 몇 년 전, 합정에서 영화를 보고 날씨가 좋아 집까지 걸어갔던 적이 있다. 편입시험을 준비할 때부터 학교를 다닐 때까지 아르바이트했던 회사가 합정에 있어서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났다. 매일 들렀던 우체국도 지나고, 학교 가기 전 들렀던 편의점도 지나고, 자주 기웃거리던 옷가게도 지나고, 이제는 없어진 사설주차장 자리도 지났다. 거의 3년 동안 지나다니면서 이 길엔 바뀐 건물이 없었는데 주차장이 없어지고 으리으리한 카페가 들어섰다. 회사 차량의 주차요금을 내기 위해 주차장 관리사무소를 자주 찾았다. 다른 일로 심부름을 갈 때도 가끔 관리사무소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는데, 인사를 할 때마다 매번 함박웃음으로 받아주시곤 했다. 주차장이 사라지고, 카페가 들어서는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저씨의 마음이 다치는 일은 아니었기를 바랐다.


자발적으로 도시를 선택했다. 그러니 마치 나는 제삼자인 듯 함부로 도시의 씁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고향으로 돌아갈 것도 아니면서 고향에 대한 무의미한 감상에 빠지기도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아쉬움에 대해 한 가지만 얘기해보자면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 내가 살고 있는 연희동도 재개발을 위한 철거를 앞두고 있다. 이삿짐 차들이 오가고 길목이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대형 폐기물들 보고 있자니 왠지 마음이 쓸쓸해진다. 이곳도 언젠가는 지금의 모습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변하겠지.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우리 가족이 이 동네 골목 곳곳에서 쌓았던 기억이 자꾸만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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