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 나는.

by 이다래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이전의 일상이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나는 일주일에 3.5일을 어린이집 보조교사로 일한다. (하루는 점심 먹고 퇴근이라서 0.5로 합니다.) 주말은 아이가 있는 집은 다들 그렇듯, 아인이가 있으니 쉬는 날이라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날은 월요일 오후와 목요일이다.


월요일엔 주로 오전 근무 후, 글을 쓰러 카페에 간다. 어린이집 근처에 좋아하는 카페가 세 군데 있다. 자주 가다 보니 나만의 우선순위가 생겼는데, 1위는 카페 A다. 내가 좋아하는 베이지 톤에 과하지도, 너무 단순하지도 않은 아늑한 인테리어다. 이곳에 오면 주로 바테이블에 앉는다. 2~4인용 테이블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서 다른 손님이 있어도 글을 쓰는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골목길 풍경도 작업 중 소소한 쉼이 된다. A카페의 가장 큰 장점은 디저트가 너무나 맛있다는 것. 디저트 한입에 아메리카노 한 모금은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덕분에 다른 카페에 가서도 디저트를 주문하는 버릇이 생겼다.


A카페 바테이블에 손님이 있으면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찾는 B카페. 이곳은 공부하는 대학생이나 쉬는 시간에 잠깐 나온 직장인들이 많다.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아 수다 떠는 직장인 옆에 자리를 잡게 되면 이어폰 끼고 노래 들으며 하면 된다. 나름의 노하우를 찾은 셈. 분위기는 A카페와 비슷하지만 홀이 탁 트여있어서 아늑한 느낌은 없다. 분위기만 따지자면 3등이지만 이상하게도 작업이 제일 잘 되는 곳이다. 이 카페에서 마음에 드는 글도 제일 많이 나왔다. 다양한 맛의 스콘을 먹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B카페마저도 손님이 많으면 찾아가는 C카페. 화이트톤의 깔끔한 느낌에 책이 많이 꽂혀 있다. 음료가 굉장히 정성스럽고 예쁘게 나온다. 어디 쓸데도 없고, 다시 보지도 않지만 괜히 사진 찍고 싶게 만드는 음료들. 대체로 조용하고, 내가 좋아는 바테이블도 늘 비어있어서 좋다. 그런데 왠지 이곳에 오면 기분이 차분해지다 못해 다운이 된다. 글도 잘 안 써진다.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아쉽지만 3순위.


월요일 오후엔 그렇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글 하나가 완성되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 하지만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아쉽진 않다. 그럴 땐 쓰려고 앉아 있었던 시간을 칭찬하거나 그날 먹었던 디저트를 생각한다. 아인이를 데리러 가는 길에 내일 아침에 먹을 빵도 사고, 생필품 가게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한다. 생필품 가게는 필요한 게 없어도 괜히 들어가고 싶게 하는 마법이 있는 것 같다. 그냥 시간이 남아서 들어갔는데, 가격이 비싸지 않고, 왠지 집에 두면 편할 것 같아서 사 왔는데 그게 정말 생활을 편하게 해 줬던 기억들. 물론 실패를 한 경우도 있지만.


목요일엔 주로 치과 일정을 잡는다. 벌써 임플란트 두 개째 하는 중이다. 이제 치과를 떠올리면 공포, 두려움 같은 느낌의 형용사 대신 지겨움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거의 1년 반째 다니고 있으며 앞으로 최소 3개월은 더 다녀야 한다. 치과 진료 후에는 어김없이 글을 쓰러 카페에 간다. 오전에는 이상하게 글이 잘 안 써진다. 아마도 나는 오후형 인간인가 보다. 아침과 저녁엔 한없이 늘어지는 대신 오후엔 부지런해지고 싶은 오후형 인간! 글이 너무도 안 써지면 일찌감치 집에 와서 점심으로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먹는다. 떡볶이나 야채곱창볶음 같은, 주로 남편과 아인이와 같이 먹을 수 없는 메뉴가 선택된다. 좋아하는 예능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식사 후 지뢰 찾기를 하면서 보던 프로를 마저 보고, 미뤄뒀던 집안일을 한다. 마침 목요일이 쓰레기 수거하는 날이라, 바로 가져나갈 수 있게 포장을 한 뒤 현관 앞에 둔다. 청소기도 꼼꼼히 돌리고 세탁기도 돌린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개운하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잠깐의 낮잠. 쉬는 날은 유독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지만 그래서 더 달콤한 법이다.


뭘 한다는 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일주일 중에 하루라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행복하다. 가끔은 일하는 날을 더 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나는 날 잘 안다. 이런 날이 없으면 쉽게 우울해지는 사람이란 걸. 그리고 금요일은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날. 목요일 저녁만 돼도 아이들이 보고 싶어 진다. 떨어져 있는 시간은 그런 마음을 꺼내서 보여준다. 소중한 나의 월요일 오후와 목요일. 만족스러운 나의 일주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상처들에게 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