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육아에 미치는 영향
사실, 나는 사실, 하고 말을 시작하는 걸 좋아한다. 사실 뒤에 따라오는 이야기는 그 앞에 쓰인 말보다 조금 더 '나'와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수정하다가 '사실'이라는 단어가 자주 삭제되는 건, 글에 부사를 많이 쓰는 건 내 취향이 아니고, 정말 필요한 부사를 남기다 보면 '사실'이 불필요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사실'이라는 단어가 자주 떠오른다. 아인이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사실 역할놀이는 이제 끔찍하고, 사실 아침에 눈 뜨는 게 두렵고, 사실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게 반갑지 않다. 이런 내 마음을 아인이가 알아챌까 두렵지만 사실 아인이도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른다. 미안하고도 힘든 하루하루.
어젯밤엔 오랜만에 아인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보통은 아인이를 재울 때 나도 같이 잠드는 일은 드문데, 비염약을 먹은 탓인지 초저녁부터 밀려오는 졸음을 견딜 수가 없었다. 아인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제 자자.”라고 한 뒤 등을 돌려 누웠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금세 깨버리고 말았다. 굳이 보지 않아도 보였다. 아인이가 바로 내 옆에서 철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는 모습이. (아인이에겐 일명 '잘친구'라 불리는 장난감들이 있는데, 자기 전엔 그날 정한 '잘친구'들을 꼭 챙겨서 머리맡에 둔다.)
등을 돌려 아인이에게 안 자고 뭐하냐고 물었다. 나는 유독 잠에 예민한데, 누군가에 의해 잠에서 깨면 완전 초예민 상태가 된다. 그렇게 깨면 무조건 화장실에 한번 다녀와야 하고 그러면 잠이 달아나서 다시 잠들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 말이 곱게 나갔을 리 없다. 그게 아무리 아인이라 해도 말이다. 아인이는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다쳤는지, 갑자기 손가락이 아프니 밴드를 붙여달라고 한다. 목소리의 톤으로 짐작컨대, 전혀 심해 보이지 않아서 “그냥 자!”라고 해버리곤 다시 등을 돌렸다. 그랬더니 꺼이꺼이 울기 시작하는 아인이. 모든 것이 '잘친구'들을 허용해준 탓인 것 같아서 이제 '잘친구'들은 금지라고 했더니 더 크게 목 놓아 운다. 그러다가 토가 나올 거 같다며 캑캑댔고, 나는 아인이가 종종 본인이 불리할 때 구토를 이용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캑캑대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때 남편이 와줬고, 아인이를 달랜 뒤 본인이 재우겠다며 나를 내보냈다.
아인이를 재우고 나온 남편이 웃으며 다가왔다. “자기 많이 힘들었지?”라는 말과 함께. 누군가에게라도 그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자 아인이에게 화를 낸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이웃집에 들렸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아무래도 아인이와 단둘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서로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인 모양이다. 그게 이런 식으로 터진 거고.
나는 한없이 바닥으로 가라앉는데, 약한 모습들은 내 몸 여기저기서 물거품처럼 터져 나와 수면 위에 둥둥 떠다닌다. 어젯밤 그런 일을 겪고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에게 달려들어 뽀뽀를 퍼붓는 아인이. 적어도 내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사실 자신은 없지만 그렇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